▲ ‘허밍그린’ 이강미 대표가 ‘애니시다’ 나무의 병충해 예방을 위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잎이 다 떨어져 거의 포기 상태였어요. 마지막 희망으로 흙을 파 봤는데 새 뿌리가 나오는 거예요. 손님도 저도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시들시들해져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던 식물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다시 파릇파릇 살아난다. 동네에서 아픈 식물 살려내는 '황금손'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이강미(36) 씨는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서 '식물 의학'을 전공했다. 3년 전부터 식물병원 겸 상담소 '허밍그린'을 운영하고 있다. 나무를 치료하는 곳이나 일반 화원이 아닌 반려식물을 위한 병원이 생긴 건 국내 처음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려식물 인구가 많아지면서 허밍그린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손님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화분을 들고 온다"며 "뿌리가 썩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증상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허밍그린을 찾았다. 7층 상가건물 꼭대기층에 테라스 넓이 포함, 약 50㎡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식물병원'이었다.

식물도 입원을… 그만큼 세심한 관리 필요

출입문을 열자마자 온통 푸른 식물로 한가득했다. 볕이 잘 들어오는 창가 앞은 물론, 벽에 걸린 수경 식물과 기둥을 타고 올라간 각종 넝쿨까지 100가지가 넘는 식물이 있었다. 대부분 싱그러워 보였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도 일부 보였다. 이들은 몇 주, 몇 개월간 입원해 치료를 받는 식물이라고 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대부분 과습, 건조, 병충해로 시들어 이곳에 온다.

큰 화분에 굵은 줄기가 덩그러니 솟아있는 '알로카시아'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줄기 곳곳에 새순이 돋기 시작했다. 이 나무는 '과습'으로 작년 12월 이곳에 입원했다고 한다. 물을 너무 많이 준 나머지 뿌리가 물렀고 영양이 잘 공급되지 않아 줄기 속은 텅 비었던 것. 이 대표는 "물을 열심히 주면 식물이 쑥쑥 자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식물이 목마를 때 물을 줘야 해요. 잎이 살짝 처졌을 때, 흙이 어느 정도 말랐을 때 흠뻑 주는 게 좋아요. 물을 흡수한 흙이 마르면서 뿌리가 숨 쉴 시간도 줘야 하죠."

이 대표가 썩은 줄기를 잘라내고 영양제를 주는 등 세심하게 살핀 덕분에 알로카시아는 지난겨울을 잘 견뎌 마침내 올봄을 맞을 수 있었다.

"식물도 반려동물처럼 매일 살펴주세요"

허밍그린엔 월평균 100명 안팎의 고객이 찾는다. 그들이 가져 오는 식물마다 증상도, 필요한 환경도 다르다. 식물을 키울 땐 햇볕의 양, 물 주는 빈도, 실내에서 자랄 수 있는지 등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살펴야 한다. 이 대표가 식물 상담 의뢰를 받고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의뢰인 집의 환경을 세심하게 듣는 것이다.

"허밍그린에 꽃 화분이 거의 없는 이유도 이곳이 7층 실내기 때문이에요. 꽃이 피거나 열매를 맺는 식물은 햇볕과 바람이 정말 많이 필요해서 넓은 1층 정원에서 키워야 적합하죠."

이 대표는 "절대 키우기 쉬운 식물은 없다"면서도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식물을 매일 관찰하면 누구나 잘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커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식물 키우기에 도전해 보세요."

반려식물 잘 키우려면 알아야 할 상식

1. 반려식물 구매 전 공부는 꼭!

사고 싶은 식물이 우리 집에서 잘 클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 집은 북향이라 어두운데 햇볕이 많이 필요한 식물, 집을 자주 비우는데 수시로 물을 줘야 하는 식물은 키우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원하는 식물에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전문가와 관련 서적,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아봐야 한다.

2. 건강한 식물을 골라요

식물을 살 때부터 잎 색깔은 진한 초록색인지, 만져봤을 때 메마르지 않고 통통한지, 가지 사이에 벌레가 있진 않은지 꼼꼼히 살펴보자.

3. 분갈이는 선택 아닌 필수!

일반 화원에서 파는 식물은 대부분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담겨 있다. 식물 뿌리가 많이 자라있어 물이 금방 증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식물 구매 후엔 꼭 더 큰 화분으로 옮겨줘야 한다.

4. 영양제가 필요할 때도 있어요

식물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인 봄·가을에 영양제를 주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식물에 따라 적합한 영양제가 따로 있다.

5. 어린이는 수경 식물을 키우는 것을 추천해요

분갈이나 물을 줄 땐 부모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오롯이 여러분의 힘으로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스킨답서스, 테이블 야자 등 수경 식물을 추천! 화분의 물을 깨끗하게 갈아주거나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