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거리마다 연등(燃燈)이 불을 밝히고 법당에선 목탁 소리가 들려오는 오늘(19일)은 법정공휴일인 ‘부처님 오신 날’이에요. 뜻깊은 날을 맞아 우리나라 불교문화에 대해 알아볼까요.

부처님 오신 날의 유래는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佛敎)의 창시자 석가모니(釋迦牟尼·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어난 날입니다. 한자로는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이라 부르죠. 석가모니는 고대 인도 왕족의 태자 신분으로 출가(出家·집을 나옴)해 깨달음을 얻고 불교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사월초파일(四月初八日)'이라고도 해요. 석가모니의 출생일은 양력으로 5월 19일이지만 음력으로는 4월 8일이에요. 한자를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사월의 첫째 팔일(八日)이라고 해서 '초파일(初八日)'로 불린답니다.

우리나라엔 총 몇 개의 사찰이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우리나라에는 총 968곳의 사찰(寺刹·절)이 있습니다. 불교를 믿는 신도의 경우 2015년 통계청 자료 기준 총 760만여 명에 달해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등록된 종단(宗團)은 조계종·천태종을 비롯해 총 30개입니다. 국보·보물·사적 등 국가 지정·등록 불교 문화재는 작년 기준 총 1567개입니다.

중국 거쳐 유입, 고구려가 제일 처음 수용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는 중국을 거쳐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어요. 서기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재임 시절 중국 진(秦)나라 승려 순도(順道)가 불상과 불경을 갖고 들어와 불교를 전파했죠. 이때 고구려를 시작으로 백제·신라 등 삼국 모두 불교를 수용하게 됩니다.

불교가 나라를 지킨다고?

우리나라 불교 전통 중 제일 대표적인 게 바로 '호국불교(護國佛敎)'예요. 말 그대로 나라를 지키는 대의(大義)를 우선했다는 거죠. 호국불교 전통은 태조 왕건이 국교로 삼은 고려시대 때 크게 발현됐습니다. 거란·몽골의 침략 당시 승려들이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지어 국권 회복을 기원한 일이 대표적이죠. 조선시대 때도 서산대사 휴정, 사명대사 유정 등이 승려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왜적(倭敵)을 물리쳤답니다.

세계서 우수성 인정받은 韓 불교 유산

직지·석굴암·불국사는 한국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입니다. ‘직지’는 고려 우왕 때 백운이라는 승려가 만든 불교 관련 책입니다. 원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무척 길죠? 1972년 파리 국립도서관 전시회에서 발견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석굴암은 불상을 모신 동굴이고, 불국사는 석가탑·다보탑 등이 있는 절입니다. 모두 신라의 재상(宰相) 김대성이 경주에 지었으며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은진미륵, 국내 가장 큰 석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불(石佛·돌부처)은 ‘은진미륵’으로 불리는 국보 제323호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입니다. 고려 광종 때 왕실의 지원을 받은 승려 혜명이 만들었다고 해요. 18.12m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 석불은 커다란 관을 쓴 넓적한 얼굴이 인상적입니다.

가장 오래된 절, 전등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은 인천 강화군 정족산성에 있는 전등사(傳燈寺)입니다. 불교를 처음 수용한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阿道)라는 승려가 진종사(眞宗寺)라는 이름으로 지었다가 고려 충렬왕 때 전등사로 바뀌었어요. 조선 광해군 때 불이 나서 타버린 걸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절이 유독 산에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 절은 왜 산에 많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됩니다. 하나는 세속(世俗)의 번잡함을 피하고 수행에 집중하기 위해 조용한 산속으로 들어갔다는 설. 둘째는 조선시대 ‘숭유억불(崇儒抑佛·유교를 신봉하고 불교를 배척함)’ 정책 때문이라는 설이에요. 조정에서 사찰을 강제로 축소하고 승려를 감시하는 등 탄압이 이어지자 산속으로 들어갔다고 해요.

삶의 진리 깨우치는 고승의 명언

고(故) 성철·법정 스님은 오늘날 고승(高僧·덕이 높은 승려)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생전(生前) 현대인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셨죠. 엄격한 수도(修道)를 중시했던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처럼 외형에 집착하지 않는 생활을 강조했어요. ‘무소유 철학’으로 유명한 법정 스님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같은 역설적인 삶의 이치를 전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속 불교 문화재

최근 국립박물관 등에 기증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유의 문화재에도 불교 미술품이 많아요. 지정 문화재만 34점에 달합니다. 고려 불화(佛畵)인 보물 제926호 ‘수월관음보살도’, 보물 제2015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백제 불상인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이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적인 불교 문화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