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에 쓰인 가짜 얼굴 이미지들. 사진=영국왕립학회 B회보 홈페이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우리가 잘 아는 동요 '반달'의 가사 일부다. 옛날 사람들은 달 표면에 드리운 그림자 모양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어떤 사물(事物)을 보고 전혀 관련이 없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무언가를 떠올리는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웃는 표정을 발견하거나 피망을 세로로 자른 단면에서 성난 얼굴을 찾는 것이 또 다른 예다.

최근 우리가 사물에서 가짜 얼굴을 볼 때 뇌에서는 사람의 표정을 분석할 때와 같은 인지(認知) 과정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日刊)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대학과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생물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영국왕립학회 B회보’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성인 17명에게 여러 개의 가짜 얼굴과 실제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이들의 표정을 '강한 분노' '약한 분노' '강한 행복' '약한 행복' 등으로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의 뇌는 가짜 얼굴과 실제 얼굴의 표정을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알라이스(David Alais) 시드니대 심리학 박사는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에게는 상대방이 나의 친구인지 혹은 적인지, 의도와 감정은 무엇인지 등을 감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뇌가 오랫동안 얼굴을 잘 인식하도록 진화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