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야구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에게 패했다. 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열린 올림픽에서 처음 겪은 ‘야구 한일전’ 패배였다. 4일 한국 야구팀은 요코하마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도쿄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2대 5로 패배했다. 8회 초까지 2-2로 팽팽하게 겨뤘지만, 8회 말 2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 투수 고우석이 상대 야마다 데쓰토에게 3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지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금메달에 도전할 길은 열려 있다. 한국은 오늘(5일) 오후 7시 동일한 장소에서 미국과 패자 준결승을 벌인다. 미국에 이기면 결승에 올라 일본과 우승을 다투고, 미국에 지면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벌이게 된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된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에 두 번(예선·3위 결정전) 이기며 동메달을 쟁취한 바 있다. 2008 베이징대회에서도 예선과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 끝내 쿠바를 잡아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2012 런던, 2016 리우 대회 땐 야구 경기가 치러지지 않았다. 한국은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 일본에 4연승을 거두다 첫 패배를 맛본 셈이다.
한국 팀은 이날 더그아웃에 태극기를 걸어 놓고 참전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한 양궁 대표팀이 야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뜻에서 ‘대한민국 야구 파이팅’이라는 문구와 3관왕 안산의 사인 등을 적은 태극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국은 3회 말 먼저 한 점을 뺏겼다. 선발 투수 고영표가 1사 2·3루에서 사카모토 하야토에게 희생 플라이를 내준 것. 5회 말엔 1사 3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적시타를 맞아 0-2로 밀렸다. 고영표는 5이닝 2실점하고 물러났다.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구위에 눌려 5회까지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다 6회 초 동점을 끌어냈다. 선두 타자 박해민이 빗맞은 안타를 치고 나갔고, 좌익수가 공을 놓치는 사이 2루까지 나아갔다. 후발 타자 강백호가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뚫는 적시타로 박해민을 홈으로 소환했다. 이어 이정후가 안타를 쳐내며 강백호를 3루까지 보냈다.
일본은 야마모토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이와자키 스그루를 구원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한국은 파죽지세였다. 김현수가 이와자키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쳐 2-2가 된 것. NPB(일본프로야구) 스타들이 총출동한 일본에 비해 전력상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의 반격은 집요했다.
선발 고영표의 뒤를 이어 구원 등판한 차우찬과 조상우는 무실점 호투(好投)를 보여줬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2-2 맞서던 8회 이승엽의 투런 홈런으로 승리한 바 있다.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등 다른 국제대회의 한·일전에서도 8회에 여러 번 경기 흐름을 바꿔냈다.
‘약속의 8회’였지만, 기어이 이번엔 한국을 외면했다. 2-2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고우석이 1사 1루에서 곤도 겐스케에게 내야 땅볼을 유인했다. 병살타를 만들 수 있었으나, 고우석이 1루 커버를 들어가다 베이스를 밟지 못해 2사 1루가 됐다.
이어 고우석은 무라카미를 고의 4구로 거르고 가이 다쿠야와 맞섰으나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 야마다에겐 초구를 당했다. 외야 좌중간을 격파하는 2루타, 일본 주자 3명이 모두 홈으로 진입하며 스코어는 2-5로 벌어졌다. 한국은 9회 초에 득점하지 못하고 끝내 패배했다. 김경문 감독은 5일 미국전 선발 투수로 이의리를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