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도쿄올림픽이 치러진 일본 도쿄 신주쿠구 도쿄올림픽스타디움. 사진=조선일보DB

양궁·수영에 여자 배구까지, 스포츠 영웅들의 멋진 경기가 온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놨던 '2020 도쿄올림픽'. 드디어 지난 8일 폐막했다. 아직 축제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이때, 주최국인 일본은 때아닌 시름에 빠졌다. 올림픽 개최로 이익을 거둔 게 아니라 되레 적자(赤字)를 봤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추진된 이번 도쿄올림픽은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개최가 1년가량 지연돼 경기장·선수촌 관리비와 사전 계약한 음식·자재 등 대회 경비 손실을 떠안아야 했고,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져 입장권 수익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주최국은 보통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장 일대를 명소(名所)로 조성해 '관광 특수'를 누리지만 지금은 코로나 확산 때문에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시설 유지 비용도 문제다. 도쿄도(道)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1375억 엔(약 1조4300억 원)을 투입, 배구·수영 등 경기장 6곳을 지었다. 매년 이곳의 유지·관리비가 건설 비용보다 더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자 도쿄도는 운영권을 민간에 파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총 적자가 4조 엔(약 41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코로나 사태와 별개로 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의문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보통 올림픽 주최국은 수십 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이를 '올림픽의 저주'라고 부른다. ▲올림픽 효과를 지나치게 기대한 나머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흥행이 저조해 재정 손실을 입는 경우 ▲각종 시설을 지어놓고도 폐회 이후 방치하다 운영난을 겪는 경우 등을 말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으로 당시 28억 달러(약 3조2200억 원)의 빚을 진 캐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으로 61억 달러(약 7조150억 원) 손해를 본 스페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으로 90억 달러(약 10조3500억 원)의 적자를 낸 그리스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그리스의 '올림픽 적자'는 2009년 말 국가 부채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998년 일본 나가노 올림픽도 대표적인 '적자 올림픽'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1988년 서울올림픽, 2018년 평창올림픽에 대한 경제적 평가는 추가 부담 비용 포함 여부 등 계산 기준에 따라 엇갈린다. 서울올림픽은 '2520억 원 흑자(黑字)'와 '9000억 원 적자'라는 주장이, 평창올림픽은 '632억 원 흑자' '400억 원 적자'라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앞으로는 주최국들이 예산 절약 및 시설 활용으로 '흑자 올림픽'을 치른 도시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는 1994년 올림픽 당시 미디어촌 같은 시설을 가건물로 지어 건설 예산을 절약, 4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남겼다.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도 2002년 올림픽 때 경기장 11개 중 3개만 신축해 비용을 줄였다. 나아가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을 체계적으로 세워 레저·스포츠 도시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