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 제76주년을 맞았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기념사를 했다. 미래를 향해서 큰 걸음을 걸어야 할 상황에서 뒷걸음을 치고 있는 발언을 해 나라가 두 편으로 갈라진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이제 선진국이 된 우리는 다시 꿈꾼다.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이 되고 싶은 꿈, 국제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꿈”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 중 교육과 문화에 대한 내용을 발췌해 본다.
“광복의 감격과 그날의 희망은 지금도 우리의 미래입니다. 모두가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는 꿈으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자식들을 가르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전국 145만 명이었던 초·중·고 학생이 해방 후 불과 2년 만에 235만 명으로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뜨거운 교육열로 의무교육이 시작되었고, 우수한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교육열에 의해 우수한 인재들이 나라의 성장 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김구(1876-1949) 선생의 ‘문화의 꿈’을 강조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꿈꿨습니다. 오늘 우리 문화예술은 세계를 무대로 그 소망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BTS는 신곡을 이어가며 빌보드 순위 1위를 지키는 최초의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를 석권했고, 윤여정 배우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K-팝과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지난해 수출액이 사상 처음 100억 불을 돌파했습니다...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저력입니다.”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문화예술은 우리 민족의 저력임에 틀림없다. 김구 선생은 일찍이 인류의 근원을 문화에 두었다. 당시(1947년)의 상황으로 보면 대단히 앞서가는 생각이 아닌가! 선생의 ‘나의 소원’ 중 문화에 대한 부분을 소개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높은 문화의 힘-선생이 추구하는 커다란 이상(理想)이었다. 그리고 선생은 인류가 불행한 이유를 ‘인의·자비·사랑의 부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창조성을 강조했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선생은 교육의 중요성과 화합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 교육의 완비다. 내가 위에서 자유와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을 달한 민족은 일언이폐지하면 모두 성인(聖人)을 만드는 데 있다. 대한 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투쟁의 정신을 길렀었거니와, 적은 이미 물러갔으니 우리는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증오와 투쟁을 일삼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선생이 하늘에서 통탄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인(仁)을 좋아하는 민족이니까.
“우리 민족을 인(仁)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도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문화에 대하여
‘문화’라는 단어에는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국의 문학평론가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교수는 <문화란 무엇인가>(이강선 옮김)라는 책에서 ‘문화’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1.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들의 전체이다.
2.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 과정이다.
3. 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관습·신념·상징적 실천들이다.
4. 총체적인 삶의 방식이다.
저자는 문화의 노력을 통해 경작된 ‘교양’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로 ‘Culture’의 어원은 ‘Cultivate(경작하다)’이다. 이는 경작하기 전, 즉 인간의 손이 닿기 전의 ‘자연 그대로의 상태’와 반대 의미다. 그런 점에서 ‘문화’는 노력을 통해 경작된 인간의 정신으로서의 ‘교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우리의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는 총체적인 삶의 방식이자 국력(國力)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