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British Council in Korea 유튜브 캡처

최근 문화예술 산업의 발전으로 미술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가 중시되는 가운데, 디자인의 시대적 역할에 관해 심층 연구한 논문이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송진원 디자이너(홍익대 미대 박사, 조선뉴스프레스 미술팀장)가 오는 2월 자로 발표한 박사학위논문 〈사회적 기억의 매개로서 디자인: 동시대적 가치와 역할〉(심사위원장 이나미, 심사위원 김상규·조혜영·김영철·안병학, 지도교수 안병학)이 바로 그것이다. 송 박사는 위 논문에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의 역할과 가치란, 사회적 기억을 끌어내고 새로운 현재를 불러내 공명(共鳴)하는 것”이라고 논한다. 

송 박사는 “이 연구는 기억과 역사, 경험과 의식의 대립을 ‘시대를 특징짓는 성격’으로 주목하고, 디자인의 사회문화적 역할과 ‘사회적 기억’이라는 동시대적 가치의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며 “디자인과 사회적 기억을 관계짓는 이유는 단지 역사가 사실과 얼마나 부합하고 정확한 것인지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사회에서 과거의 기억들이 ‘시대 가치’와 변화에 맞춰 재구성되면서, 이를 통해 나타난 사회적 문제의식이 기존의 의식에 대해 어떤 비판과 대안을 요구하는지를 디자인의 측면에서 살피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송 박사에 따르면,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이란 결국 우리 사회가 변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디자인이 어떻게 수용하고 확산해야 하는지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그의 논문은 디자인과 사회적 기억의 관계 양상을 3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대중과 함께하는 관계 지향적 양상. 둘째, 적극적 행동주의 양상. 셋째, 기억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아카이브를 창작의 도구이자 방법으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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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디자이너(홍익대 미대 박사, 조선뉴스프레스 미술팀장)가 오는 2월 자로 발표한 박사학위논문 〈사회적 기억의 매개로서 디자인: 동시대적 가치와 역할〉(심사위원장 이나미, 심사위원 김상규·조혜영·김영철·안병학, 지도교수 안병학).

송 박사는 이 같은 양상들은 “단순히 시각적 상징의 형태로 (디자인이) 사회 문제에 개입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더 나아가 사회적 역할에 대해 디자이너 스스로 질문하고 실천하는 과정이었다”며 “디자인의 역할은 바로 이렇게 사회와 사회, 사회와 대중, 대중과 대중의 접점을 위한 계획과 매개를 만들며 관계를 잇고 형성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각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미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서 감정을 표현하거나 의미를 전달하고 상호소통하는 매개로서 중심에 서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전석호는 “모더니즘이 부여했던 문자문화의 특권이 산업의 변화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독점적 수단이기를 그치고, 점차 전자매체에 자리를 물려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한 “전자매체의 발전은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와 모바일과 같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들어선 지 오래이며, 우리는 기술적으로 복제된 영상들의 세계에 살고 있다”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기존 기술 체계의 개선과 연장선을 넘어 새로운 사회구조의 질적인 변화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시각문화의 소통 방식도 이성보다는 감성이, 집단보다는 개인의 의미가 중요시되고 있다. 또한 예술의 가치는 ‘제의가치’에서 ‘전시가치’로 축을 이동하며 단순히 관조와 향유의 대상을 벗어나 사회적 역할의 기능이 중요시되고 있다.〉

송 박사는 “시각문화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므로, 그것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현실을 표현한다. 재현에 대한 영감은 예술가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의 영향 아래 예술가의 기억을 통해 시작된다”며 “그렇기에 그들의 작품에는 당시의 생활, 교육, 문화, 환경, 가치관 등이 스며들어 있고, 사회와의 연관성을 통해 현실을 재현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시각문화에 드러난 재현의 의지는 사라진,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한 행위가 시작이라 할 수 있다”고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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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박사는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관계를 세우는 일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재인식, 재구성되는 사회적 기억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요청이자 시대적 가치이며, 이것은 현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의 역할과도 맞닿아 있었다”며 “그 역할은 현존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경험의 나눔과 공유를 통해 사회적 기억을 끌어내고, 그로부터 새로운 현재를 불러내 공명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송 박사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크게 기억 담론의 고찰, 기억의 매개로서 디자인 방식과 기능의 측면, 디자인의 동시대적 가치와 역할, 이렇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해 논의를 개진했다”며 “더불어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사건과 기억을 소재로 한 디자인의 양상과 이로부터 발현된 사회적 의미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에서 연구자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디자인의 동시대적 가치와 역할은 첫째, ‘현실 인식’을 바탕에 둔 발언과 개입으로서 다양한 형태와 방식을 통한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 둘째, 그로부터 시민-대중이 상호작용하며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경험을 공유하고, 대중의 사회성을 끌어낼 수 있는 인지적, 정서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 셋째, 나아가 사회와 사회, 사회와 대중, 대중과 대중의 접점을 위한 계획과 매개를 통해 집단적 공유가 아닌 독립된 기억들이 모여 구성된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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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매개로서 디자인은 동시대 가치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기억 공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라진 것을 정의하고, 무엇이 남았는가를 살피고, 지금 누구와 함께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의 사회적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