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大江健三郞, 作家自身を語る)’에서 그는 작가 인생을 솔직 담백하게 얘기했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늘 저항하는 반란자’ ‘행동하는 지식인’.

전후(戰後) 일본 문단의 기수이자 자유주의·진보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지난 3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은 13일 노환으로 별세한 그의 소식을 전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1935년 일본 에히메현(愛媛縣)에서 태어나 도쿄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사르트르, 카뮈 등의 영향을 받아 대학 재학 중에 소설을 발표했다. 이어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교보문고 작가 소개에 따르면, 그는 1950년대 후반에서부터 이시하라 신타로와 함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급부상했다. 1960년에는 일본의 젊은 작가를 대표해 마오쩌둥을 만났고 그것은 오에가 정치적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지적 장애아 아들이 태어난 충격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발표했으며, 여기에서 기형아 출산을 주제로 삼아 인권을 유린당한 전후세대의 문제를 파헤쳤다. ‘만엔 원년의 풋볼’에서는 오래된 공동체를 역사적, 민속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취했다. 1970년대에는 ‘핀치런너 조서’ ‘동시대 게임’을 발표했다. ‘히로시마 노트’ ‘핵시대의 상상력’ 등을 통해 반전과 장애아 보호를 주장하기도 했다. 1980년에 ‘레인 트리를 듣는 여자들’ ‘어떻게 나무를 죽일까?’ ‘ M/T와 숲의 이상한 이야기’ ‘새로운 사람아, 눈을 떠라’ ‘치료탑’ 등을 발표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그는 개인적 체험을 담은 소설에서부터 미래소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보여줬다. 또 일본 천황제와 신사 참배,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비판하고, 한국의 김지하나 중국 작가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사회 참여로도 유명했다. 

2012년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大江健三郞, 作家自身を語る)’에서 그는 작가 인생을 솔직 담백하게 얘기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튼 중심에 눌러앉아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짓은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지요. 그런 식으로 살아오게 된 삶의 계기가 나에게는 문학입니다.”

생전 작가는 새벽 6시면 일어나 생수 한 잔을 마시고 오후 2시까지 꼬박 여덟 시간 글을 쓰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읽는다고 했다. 문학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진지함을 넘어 비장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