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맨체스터대. 사진=맨체스터대 홈페이지 캡쳐

영국 유학을 한 14인과 현재 영국에서 유학 중인 1인이 모여 '우리들의 영국 유학기: 15인의 이야기'(가제)를 집필 중이다. 나이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고, 학·석·박사 과정도 다르고, 유학 시기도 다르고, 현재 인천대, 서울대, 서울교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한국외대, 고려사이버대, 영국 레스터대, 영국 브리스톨대, 질병관리청 등 소속도 다르고 교수, 강사, 연구원, 대학원생, 공무원, 주부 등 하는 일도 다른 15명이 모이니 버라이어티한 색깔이 아주 제멋대로다.

오늘 새벽 서울교대 부총장을 지내고 정년퇴직을 한 이완기 교수의 영국 유학기 초안을 읽었다. 7~80년대 얘기를 하면 고리타분하다고 고개 돌리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옛날 얘기 듣는 걸 좋아하는 나는 엄청 재밌게 읽었다. 직장 다닐 때 고등학교 후배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복귀하면 본인의 상관이 될 거라는 얘기를 비롯하여, 당시 해외 박사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종결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유학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얘기. 본인의 유학 동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자랑도 나온다.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학·석사를 하고, 영국 리즈대에서 석사,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박사를 한 공부 귀신이다. 공부라면 도가 튼 분이라서 그런지 박사과정 시작한 지 딱 2년 3개월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이 교수의 영국인 지도교수는 맨체스터대학교 대학원 140년 역사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박사학위를 마쳤다고 자랑스러워 하였다. 유학기에는 공부귀신 이 교수가 실제 어떻게 공부를 하였는지와 논문 작성 비법도 소개된다. 특히 이 교수만의 '요약노트' 실제 사진도 나온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말이다. 이 교수의 유학기에는 스승에 대한 구구절절한 감사와 애틋한 심정이 나온다. 지도교수 면담전용 노트를 한 권 만들어 아주 집요하게 지도교수를 괴롭히며 어떻게 지도교수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았는지 '지도교수 사용법'을 제대로 소개한다. 지도교수와의 잦은 만남으로 나중에는 인간적으로 친해져서 연구와 관련된 논쟁을 벌이다 지도교수 집에서 자고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교수는 15인의 저자진 중에서 가장 고령이지만, 아직 70도 안 되었다. '고리타분'한 얘기 많이 적으시라고 하였다. 정년퇴직했으니 이제 시간적·정신적 여유를 가지고 본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천천히 정리해서 주위에 나눠주라고 부탁하였다. 초안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나도 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