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교수의 창의력 영어》 책 표지.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상민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펜실베이나 주립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EBS 스타 강사, 중학교 영어 교과서 저자, 멀티미디어언어교육학회 부회장 등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영어 교육에도 관심이 많지만, 무엇보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언어 교육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가 2016년에 쓴 《이상민 교수의 창의력 영어: English+Creativity: Chase two hares at once!(영어+창의력: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쫓아라!’》. 20여 년 전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사람들은 Know-how(노하우)와 Know-where(노웨어)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전문가들은 그때부터 이미 노하우보다는 노웨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노웨어가 왜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이 책을 지금에야 찾았기 때문이다.

인천대 글로벌창의영재교육연구실 책임교수를 하며, 인천 송도에 사는 중학교 2학년 학생 몇 명을 가르친다. 사실 가르친다기보다는 일정 주제에 관해 아이들에게 영어로 글을 써보게 하고, 본인이 쓴 글을 발표하고, 다른 아이들과 영어로 토론을 시킨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받는 건 아니다. 교육 기부와 재능 봉사의 일환으로 진행하므로 전액 무료다. 얼마 전에 이 교수의 책에서 제안한 ‘다르게 보기’를 시도했다.

The three little pigs and the big bad wolf(아기 돼지 삼형제와 커다란 나쁜 늑대)라는 동화가 있다. 아기 돼지 삼형제가 엄마 품을 떠나 살게 됐는데, 큰 형은 손쉽게 빨리 짚으로 집을 짓고 룰루랄라 놀고, 둘째 형은 조금 시간이 더 걸리지만 나무로 집을 짓고 편하게 쉬고, 막내는 더 힘들고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벽돌로 집을 짓는다는. 나중에 늑대가 와서 다른 형제들 집을 한숨에 다 날려버리자 다른 돼지들이 막내 벽돌집으로 피신했다는. 그리고 벽돌집 굴뚝으로 들어오려는 늑대를 막내 돼지가 화롯불로 날려버렸다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만일을 대비해서 대충대충 게으르게 살지 말고, 매사 열심히 살라는. 그런 얘기다.

제목부터 돼지는 little(작은) 형용사가 붙어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읽힌다. 늑대는 big bad(크고 나쁜) 형용사가 붙어,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당연히 나쁜 대상으로 묘사돼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에서 동화 속의 늑대는 정말로 나쁜지를 묻는다. 인간도 소, 돼지, 닭을 먹는다. 돼지를 먹겠다는 늑대가 그렇게 나쁜 존재인가? 이 교수는 뻔한 동화 다시 읽기를 통해 다르게 생각하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늑대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라고 했다.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아이들은 그냥 아기 돼지는 귀여우니까 늘 보호해줘야 하고, 늑대는 생긴 것도 무섭게 생겼으니 잡아 없애거나 쫓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지, 늑대의 입장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뻔한 동화 다시 읽기를 집에서 해보기 바란다. 영어가 안 되면 굳이 영어로 할 필요 없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해도 된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하나씩 깨워주자. 뻔한 동화 다시 읽기로. 돈 안 들고, 학원 안 보내고, 그냥 집에서 자기 전에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