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하원 의회. 사진=폴란드 하원 홈페이지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빅테크(Big Tech)에 대한 집단 소송의 대표를 맡았다. 해당 소송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트위터의 잭 도시 등 최고 경영자들을 소송 대상에 포함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빅테크로부터 수정헌법 1조 '언론의 자유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소송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향후 연관 소송을 선도할 것으로 보이며, 소송 결과는 관련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된다.  

◇ 빅테크의 검열 실태

빅테크의 검열은 2020년 미국 대선 이면(裏面)의 핵심 이슈였다. 대선 기간 동안 빅테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 보수 진영 인사들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계정을 정지시켰다. 민주당 지지자인 빅테크 사주(社主)들이, 자유로운 소통 채널을 표방했던 해당 플랫폼을 통해 상대측 후보 진영에 취한 조치들은, 통신품위법 230조 면책특권을 악용한 선거 개입이란 비난을 야기했다. 해당 법안은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한 통신사의 책임 면제를 위해 제정된 것으로, 빅테크 역시 설립 초기 자사(自社)를 유틸리티(Utility) 회사로 규정하며 법적 책임을 면제받았다.

선거 이후에도 빅테크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콘텐츠를 검열하며, 소통 플랫폼으로서의 제한된 역할을 거부했다. 트럼프의 러시아 의혹 등 엄정한 수사를 통해 가짜로 밝혀진 수많은 정보가 넘치도록 게재됐던 것을 감안했을 때, 보수 진영의 주장과 문제 제기에 대한 일방적 제재는 빅테크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또한 8900만 팔로워를 가졌던 미국 대통령의 계정 삭제는 국경을 초월하는 영향력을 지닌 빅테크의 막강한 권력 투사였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소송의 의미는 빅테크의 선거 개입에 관한 고발 이상이다. 전선(戰線)의 본질은, 기술과 사용자 수(數)를 통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빅테크의 힘과 주권국의 헌정(憲政) 간 대립이다. 전자(前者)가 사용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며 특정 목적을 이뤄낼 가능성을, 후자(後者)가 차단할지의 여부이기도 하다. 빅테크가 지향하는 가치가 개인 자유를 보장하는 주권국의 헌정 체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소송의 결과는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 빅테크에 맞서 '표현의 자유' 지키는 폴란드

이보다 앞서 소통의 플랫폼이라는 제한적 역할을 넘어서는 빅테크의 정치 행위에 대해 선제적 조치를 한 나라가 있다. 폴란드이다. 폴란드는 올해 초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업체가 불법 검열을 하면 13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폴란드의 입법은 빅테크 검열의 정치적 함의를 드러내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헌정 체제의 각성을 도모했고, 실제로 주변국에서 유사한 입법이 이어졌다. 이와 같은 폴란드의 결정은, 폴란드가 겪었던 굴곡진 현대사를 떠오르게 한다. 

쇼팽과 코페르니쿠스, 퀴리 부인을 배출한 폴란드는 과학과 예술이 발전한 상당히 멋진 나라였다. 그러나 2만 명 이상의 장교와 공무원들이 희생된 카틴 숲의 학살 등 폴란드가 겪었던 20세기의 고통과 공산화는, 폴란드의 아픔이자 국제 관계의 본질을 보여준다. 

지정학적으로, 폴란드는 유럽 평원 위에서 각각 전제적 차르 체제에서 적색 전체주의 소련으로, 제국주의 독일에서 백색 전체주의 나치로 전환된 양쪽 국가의 확장과 대결의 장(場)이 됐다. 또한 나치 점령 후 연합군과 힘써 싸웠던 폴란드가 스탈린의 기만과 전략에 의해 적화(赤化)된 것은, 힘의 정치가 도리(道理)를 압도하는 국제정치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 종식 시기의 폴란드는 인근의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동독과 함께 근본적인 민주화를 이뤄냈고, 이것은 기존 독재자를 타도했을 뿐 체제 전환을 이루지 못하며 또 다른 암흑기를 맞이했던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과의 분명한 차이였다. 여러 요인 중에 주목하고 싶은 것은 16세기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종교개혁과 이 과정에서 탄생한 '개인'이다. 집단주의를 거부하는 이들 '개인'은, 인간의 영혼까지도 위협하는 전체주의의 침략과 통치하에서 살아남았고, 냉전 종식 이후 민주주의 주체가 됐다. 

이러한 점에서 폴란드인이 현대사를 통해 얻은 교훈은, 근래 폴란드 정부의 주요 노선들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2018년 폴란드는 미군의 영구 주둔 비용 2조원 이상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팽창을 견제하고 자유 진영과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해당 정책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중견국으로서, 가치동맹을 통한 안보 강화를 최대의 국가 이익으로 설정한 폴란드의 합리적 선택이었다. 

다음으로 빅테크에 대한 조치다. 폴란드의 결정은 기술력과 영향력을 가진 빅테크가 주권국의 헌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음을 근거로 삼는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헌정에 대한 중시(重視)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력한 의지이다. 주변 전체주의로 인해 겪었던 아픈 역사는 아마도, 폴란드가 전체주의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 억압(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해 갖는 날카로운 반응의 근거일 것이다. 

◇ 대한민국에 주는 함의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대가인 J. 미어샤이머 교수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쉽지 않은 지정학을 가진 나라로 폴란드와 대한민국을 함께 분석했다. 다만, 연합군과 함께 싸우며 승리했지만 스탈린에게 나라를 뺏긴 폴란드는, 지금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우리보다 더욱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공산주의 팽창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으며 이후 공산 진영과 접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담보하며 근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표현의 자유는 전체주의와 자유사회를 구분할 수 있는 핵심적 지표이며,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전체주의로의 길이다. 

자유사회의 전제는,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위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개인은 다양한 정황을 통해 진위를 구분할 수 있고, 옳은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검열되지 않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다. 그럴 경우 가짜 뉴스는 정치적 입장이 분명히 있는 누군가에 의한 규제가 아닌, 개인의 분별을 통해 스스로 도태할 것이다. 자신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서 옳은 것만 대중에게 공개하겠다는, 혹은 어떤 말은 망언이기 때문에 금지하겠다는 주장은, 타인의 이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자신이 이상을 현실에 투사하겠다는 교만이다. 이것은 전체주의의 시작이며, '표현의 자유'가 자유 민주주의 헌정의 최우선 사안인 이유이다. 

자유는 금쪽같다. 인류가 대부분의 세월에서 누리지 못한 것이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삶과 무관하다. 그 자유를 소중히 여기며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을 먼저 얻게 된 사람의 책임이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곳곳의 자유 시민들과 마음과 힘을 나눌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