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의 막바지이다. 최고의 승부가 주는 흥미진진함 외에도, 청춘을 다해 대회를 준비한 선수들의 웃음과 눈물에 담긴 스토리 역시 일품이다. 고도의 집중과 의지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삶을 다잡는다.
이러한 점에서, 대회를 정성껏 준비한 일본에게, 더 많은 환호와 응원을 받아야 하는 선수에게 모두 안타까운 무관중 경기이며, 코비드19가 새삼 원망스럽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만큼 주목하는 것은, 국기를 바라보며 결의를 다지고 감격을 누리는 선수들의 비장함이다. 선수들이 기울이는 최선의 노력은, 개인의 입신양명 이상의 무언가 즉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갖는 남다른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애국심이다. 또한 그 애국심 때문에, 우리는 개인적으로는 일면도 없는 선수를 위한 응원에 목청을 높이며 금메달에 감동하고 패배에 아쉬워한다. 우리만이 아니다. 애국심은, 지구 반대편에서는 한밤중에, 어떤 곳에서는 마을에 한 대뿐인 텔레비전 앞에 모여, 수많은 사람이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이유이다.
◇ 애국할 가치가 있는 나라
국가의 영광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과,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관람하는 스스로를 보며 질문한다. 국가 간 경기 중 각자가 마음에 품고 있는 국가들은 비슷한 정도의 애국을 받을 존재들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에는 '급'이 있으며, 이는 다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열과 선악의 문제이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전제한 경우에 말이다. 세상에는 개인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유사 전체주의 불량국가들이 공존한다. 전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의 권력을 제한하지만, 후자는 원대한 목표를 이유로 권력 확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국민을 학대한다. 이들의 사법 체제는 비독립적인 통치 수단이다.
이러한 국가의 속성으로 인해 어떤 이들은 법의 보호 속에서 자유를 누리며 안전하고 풍족한 삶을 산다. 그리고 반대 측의 수많은 사람은, 탐욕스럽고 부패한 정부로 인해, 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한 소수 엘리트의 횡포 하에서 가난과 폭력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채 말이다.
국가가 다 같은 국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을 착취하는 후자의 국가들은 애국의 대상으로 부족하다. 각국이 겪어온 다양한 경로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별개로, 지금 국민을 괴롭히는 유사 전체주의 국가의 영광을 위한 선수들의 분투가 안타까운 이유이다.
◇ 우리의 애국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외의 일상의 시간에서, 우리는 모두 국가를 사랑한다. '애국'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이들도 흥분케 하며, 나쁜 나라도 '애국' 받게 하는 올림픽은, '애국'의 내재적이며 본능적인 특징을 확인하는 기회이다.
이에 누가 뭐라고 해도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우리에게 제안하고 싶다. 애국의 대상과 방식에 대해 생각하며, '조금 더 똑똑하게 나라를 사랑하자!'고 말이다.
애국의 대상은, 역사를 거치며 주인을 교체해왔던 땅도, 일일이 DNA 검사를 할 것도 아닌 유전자도, 세계화 시대에 융합 교차하는 문화도 아닌,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이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하는 그 헌정이 유지될 때, 이 아름다운 땅이 우리의 땅이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으로 국가 그리고 국민 된 우리의 삶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은 애국의 방식이다. 우리의 애국은, 각자가 가진 비전과 재능을 다해, 자유민주주의 헌정을 수호하며 부국강병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자유롭고 자립적인 개인으로서, 법치가 제공하는 안전 그리고 시장 경제가 보장하는 합리적 보상 체계(rewarding system)를 통해, 나의 삶과 국가 발전 간의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 역할과 위치의 차이는 있겠으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의 마음과 다를 이유가 없다. 이것은 다음 세대의 자유와 번영을 보장하는 길이며, 대한민국이 자유 확산의 허브가 되는 방안일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해 타국을 미워하고 저주하는 것은 국가 발전과 무관하다. 또한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에 나의 삶을 의탁하는 것 역시 국익 함양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올림픽에 출전한 각국의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조국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들의 가족과 이웃들도 우리와 같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선수들의 눈물과 땀의 대상이 애국할 가치가 충분한 나라이면 좋겠다. 그래서 향후 올림픽 참가국 리스트는 참 괜찮은 나라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우리가 더 괜찮은 나라가 되고 그 가치가 도미노처럼 확산되길 바란다. 애국의 대상과 방식을 점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