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 위부터 아래로, 북한 꽃제비 어린이와 미얀마 군경의 민간인 탄압 그리고 탈레반을 두려워하는 아프간의 아이들. 사진=TV조선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집어삼킨 탈레반의 호언은 며칠도 가지 못해 허언이 됐다.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수뇌부의 장담이 무색하게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탈레반 병사들이 길거리에서 난사(亂射)해 죽인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무자비한 채찍질을 가해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한 탈레반 고위직은 율법통치를 내세우며 더 이상 아프간이 민주국가가 아님을 선포했다. 20년간 변방을 떠돌며 피와 권력에 굶주린 야수들이 비로소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아프간은 테러범들의 맹목적인 신정(神政) 전제주의 아래 파국을 맞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도정부기인 지금은 탈레반이 서방세계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인권을 운운하지만, 정국이 가라앉으면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앙아시아까지 패권을 떨치려는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고, 시리아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활개를 치는 나라에 영향을 끼쳐 각국의 내전(內戰)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S, 알 카에다 같은 테러조직들의 부흥을 꾀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서 여성에 대한 집단 폭력과 성추행이 횡행하는 등 인근 이슬람 국가들은 벌써부터 혼돈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실질적인 국가 수반 아웅산 수치를 구금하고 시민군과 민주화 투사 등 민간인을 학살한 미얀마의 군부정권도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다. 항쟁 시인의 장기를 적출하는 등 온 도시를 피로 물들게 해 잔악(殘惡)하기로는 탈레반 못지 않지만, 세계의 이목이 아프간에 쏠리고 있으니 집권 완성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은 호기가 없을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1960년대 초 육군사령관 네 윈의 집권 이래 수십 년 동안 군정(軍政)을 이어오며 소수민족 탄압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학정(虐政)으로 일관해왔다. 중국을 뒷배 삼아 대륙의 패권 도모를 위해 탈레반과 합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에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지구상에는 아직도 많은 폭압 정권들이 존재한다. 남미 소국과 아프리카의 독재국가는 더할 것이다. 집권의 명분, 이념과 종교는 각기 다를 지라도 통치의 형태는 하나다. 집단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의 전체주의, 자유와 기본권이 거세되는 교조주의. 수뇌부가 신도들을 세뇌시키고 착취하는 사이비 종교의 거대화인 것이다.

여기에 '김일성 유일신(唯一神)' 논리로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한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직업, 사상, 이동, 언론 등 개인과 사회의 모든 자유가 박탈된 곳. 정치범수용소와 아오지탄광에서 죽어나간 인민들의 혈해(血海)가 눈물처럼 흐르는 한반도의 반(反)국가단체. 그런 피의 정권이 일개 무장세력에 불과한 탈레반이 미군을 몰아내고 한 나라를 거머쥔 사태를 목도했으니, 어찌 흥분이 되지 않겠는가. 인종 청소를 자행한 미얀마 군부에 이어 탈레반까지 나름의 성취를 보이고 있는데, 명색 '악의 축'이요 인권 유린에 있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북한 김씨 왕조가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정예부대에 생화학무기, 각종 미사일부터 국제 기만극으로 수십 기의 핵무기까지 확보한 그들에 비하면 미얀마 군부와 탈레반 세력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최근 한미훈련 핑계로 복원한 남북 연락선까지 도로 끊으며 신경질 내는 것을 보니, 북한도 곧 대남 압박과 적화 공세의 고삐를 당길 것이 명약관화하다.

탈레반과 미얀마 군부의 인권 유린은 이제 다시 시작됐지만, 북한의 폭압 통치는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수용소에서 사람을 우마(牛馬) 부리듯 하며 패악질을 일삼는 북한의 참상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기록한 《북한인권백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굶주린 여인이 노역장 인근 밭의 고추를 먹고 싶다 하니 인분에 묻혀 주고, 임산부의 배 위에 널판지를 깔아 양쪽에서 발로 눌러 강제 낙태시키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굶어죽은 인민은 얼마며, 산기슭을 오르내리며 먹을 것을 구하다 풀포기처럼 스러지는 꽃제비들은 또 얼마인가. 옮겨 적거나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실상은 참혹하다. 우두머리는 또 어떤가. 외교나 경제 실정의 책임을 물어 간부들을 습관적으로 처형하고, 고모부는 고사총으로 이복형은 독극물로 살해하는 등 패륜의 극치를 보여준다. 6.25 남침 전쟁과 숱한 대남 도발까지 포함하면 그 잔악무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쯤 되면 멀리 볼 것이 없다. 우리 머리 위, 바로 그곳이 탈레반의 지옥이다. 아니, 아프간의 참변과 미얀마의 비명조차 따라가기 어려운 생지옥이 바로 북한 김씨 정권 치하에 있다. 탈레반 전력(戰力)을 가볍게 능가하는 지상 최후의 핵 전쟁 야욕 집단, 김일성교(敎) 반역 집단이 바로 우리 코앞에 있다. 안에서는 종북(從北) 성향의 청주 간첩 혐의 세력이 암약하는 지금이다. 내외의 적들이 이 나라를 앞뒤로 흔들려 하고 있다.

아프간의 교훈은 북한에 대한 올바른 직시(直視)다. 주한미군 철수와 대북 제재 해제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한다는 김정은의 궤변은 적화통일 야욕을 숨긴 당의정(糖衣錠)이요, 탈레반이 인권 보호를 한다는 헛소리나 마찬가지다. 더는 비핵화 쇼, 평화 기만극에 속지 않고 원칙대로 시행되는 단호한 대북 정책의 수립이 시급하다. 저들의 살라미 전략과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지 않고, 그간 대남 도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분명한 보상을 받아내는 노련한 대북 협상력이 필요하다.

이제 현 정권은 시간도 없고 가망도 없다. 임기 내내 저 세력에 경도돼 코뚜레 잡힌 소처럼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 차기 대권을 잡는 새 정부가 아프간의 교훈을 새겨 주적(主敵) 북한에 맞서 한미 동맹 강화로 국가 안보를 바로 세우고, 나라의 방위 태세를 확고히 해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생지옥에서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구제하고, 자유통일(自由統一)로써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는 유일한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