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C 스트레이트 캡처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다. 녹취에 제보, 소송에 방송 강행까지 요란법석이더니 내용은 허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소위 '지라시'로 그렇게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며, 무언가 '음험한 밀담'을 나눈 것처럼 야단이더니 방송을 끝까지 집중해도 기억나는 게 없다.

무슨 심각한 정치 비사(秘史)가 있을 것만 같던 얘기들이 이런저런 잡담에 그쳤다. 친한 사람들끼리, 사석에 술 한 잔 곁들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자기 견해로 쏟아내는 노변정담(爐邊情談)에 불과했다. 이것이 소위 거창한 휘장 뒤에 숨어 있던 MBC 스트레이트 '7시간 녹음 공개'의 용두사미(龍頭蛇尾) 결론이다.

물론 이번 방송은 가처분 부분 인용으로 수사 관련 사항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의 말들은 제외된 채 보도됐다. MBC가 이번 주는 가볍게 신호탄만 쏘고, 내주부터 더 문제적인 발언을 꺼내 놓을 수도 있다. 이미 이전부터 풍문으로 떠돌았던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 뇌리에 박혀 있지 않나. 밝혀지지 못한 이야기, 앞으로 공개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점들을 감안한다 해도, 설령 더 민감한 이야기가 또 나온다 해도, 이번 방송만 봐도 그 '7시간의 대화'라는 것이 얼마나 시시한 사담(私談)에 불과했는지 알 수 있다.

공영방송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사인 간의 알맹이 없는 대화' 보도를 무슨 대단한 폭로인 것처럼 고집했는가.

그저 친분을 쌓은 기자와 가볍게 농담하거나 고민거리를 정겹게 털어놓는, 김씨의 소탈하면서도 화통한 화술만 돋보인 녹음이었다. 쥴리 등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당당하게 반박하고 따져묻는 대목에선, 기자회견 당시 엄숙미로 무장한 모습과 달리 소위 '반전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MBC가 "김건희 솔직하게 말 잘한다"는 이미지만 홍보해준 셈이다.

개중에 따질 만한 것이라고는 소위 '정치 비평'인데, 하루에도 수십 건의 현안들을 섭렵하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 종편의 전문 평론가들에 비하면 특별히 인상 깊은 내용도 아니다. 정치현상을 해석하는 개인의 가치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듣기에 따라서는 불편감이 없지 않은 말들도 있었지만, 그게 어디 공개석상에서 공론을 펼친 것인가. 평소 자기 생각을 친분 관계에 있는 지인에게 가감없이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김씨 역시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하기도 했다.

충격과 공포, 결탁과 음모가 난무할 것만 같던 이야기의 실체는 '친한 사람들의 친근한 대화'였다. 결론은 그저 사담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길거리에나 흘러 다니는 사담을 듣기 위해, 주말 저녁 황금 시간대 TV 앞에 모여 공영방송 프로를 주목한 건가. 영양가 없는 맹탕 보도를 강행한 MBC에 각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