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자사(自社) 보유 중인 비트코인 전량(全量)을 처분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머스크의 비트코인 지지 철회가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암호화폐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생)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민감한 세대로 암호화폐의 반(反)환경성에 주목하고 있다. 머스크의 비트코인 지지 철회는 친환경적인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다른 코인들을 일컫는 말)을 주목하게 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선 다량의 전력이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비트코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알트코인이 비교적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머스크의 비트코인 지지 철회가 알트코인을 주목받게 해 암호화폐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머스크는 지난 12일 본인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자동차 결제수단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5일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한 지 3달 만에 결정을 바꾼 것이다. 머스크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들었다. ‘비트코인 채굴에 투입되는 전력 생산이 화석연료 과다 사용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킬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위한 화석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매년 비트코인 채굴에 110TWh(테라와트시) 정도의 전력이 투입된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0.55%로, 말레이시아나 스웨덴 같은 소규모 나라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다’는 한 네티즌의 트위터 글에 “정말이다(Indeed)”라는 댓글을 달았다. 'CNBC' 등 미국 언론들은 머스크의 댓글과 관련,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이미 처분했거나 앞으로 팔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댓글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8% 가량 하락해 4만4000달러(약 4994만 원)가 됐다. 머스크는 지난 12일 비트코인 결제수단 제외 방침을 발표하면서도 테슬라가 가진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의 트윗이 단순 호응 댓글인지, 아니면 며칠 만에 다시 태도를 바꾼 것인지 그의 추가 발언에 암호화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