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에 이어 SK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900억 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전준철 부장검사)는 이날 조대식 의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태원 회장은 검찰의 서면 조사까지 받았으나 조 의장 등과의 공모 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불입건 처리됐다.
조 의장은 SKC 이사회 의장을 지낸 2015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700억 원을 투자하게 해 SKC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지주사격인 SK㈜의 재무팀장을 지낸 2012년에도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SKC가 199억 원 상당을 투자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SK텔레시스의 대표이사는 최신원 회장으로, 검찰은 현재 두 사람이 공모(共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SK텔레시스가 자본잠식 등으로 회생이 가능하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SKC 사외이사들에게 경영 진단 결과를 제공하지 않고, 자구 방안 등을 허위·부실 기재한 보고자료를 제공해 제대로 된 투자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개입한 조경목 현 SK에너지 대표이사(전 SK㈜ 재무팀장)와 최태은 전 SKC 경영지원본부장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안승윤 SK텔레시스 대표는 분식회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SK 측은 그동안 SK텔레시스가 SKC의 유상증자 덕분에 이듬해부터 당기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만큼 통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매체에 “계열사에서 SK텔레시스를 집중 지원해줘 일시적으로 수익이 개선된 것처럼 보였지만, 공정거래 이슈가 생기면서 그룹사의 지원이 끊겼고 자본잠식 상태를 못 벗어나 독자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작년 3월 31일 자 ‘시사저널이코노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 의장은 2019년 연봉 46억6000만 원을 수령했다. 그룹은 물론 대기업 전체를 통틀어 샐러리맨 출신 CEO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이 매체는 당시 조 의장의 연봉 수준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해 온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46억3700만 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SK그룹 내에서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45억3100만 원), 장동현 SK 사장(35억3900만 원),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31억5200만 원) 등보다 높다”고 보도했다.
1960년 태어난 조대식 의장은 최태원 회장과 동갑이자 동창이다. 조 의장과 최 회장은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를 함께 다녔고, 이후 같은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조 의장은 사회학을, 최 회장은 물리학을 전공해 과는 달랐지만, 서로 친분을 두텁게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에 이어 클라크대학 대학원 경영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조 의장은 2006년까지 삼성물산 등에서 ‘삼성맨’으로 일했다. 이듬해 최 회장의 권유를 받아 SK 재무담당 임원으로 SK에 정착하게 된다.
이후 2012년 SK 재무팀장과 이듬해 SK 이사, SK텔레콤 이사 등을 거쳐 2013~2016년까지 SK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는 등 그룹 내 실세로 승승장구했다. 2015~2016년까지는 SKC 이사회 의장, 2016~2019년까지는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으로 일했다. 조 의장은 현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산하에 전략위원회, 에너지·화학위원회, ICT위원회, 글로벌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때문에 협의회 의장은 그룹 내 2인자 자리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