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진=조선일보DB

‘국회의원 불법 후원’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구현모 KT 대표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지난 4일 오전 구현모 대표를 소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구 대표를 비롯해 황창규 전 KT 회장과 전·현직 고위급 임원 7명 등은 상품권을 매입해 되파는 속칭 ‘상품권 깡’을 통해 비자금 11억 원을 조성,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19·20대 의원 99명 후원금 계좌에 총 4억 3000만 원가량을 불법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후원금은 KT 관련 현안이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주로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29명 동원, 4년 동안 국회의원 99명에 4억 넘게 ‘쪼개기 후원’

이 과정에서 의원 1명당 후원 한도인 500만 원을 넘기기 위해 임직원 29명을 동원,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직원은 가족과 지인 명의까지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상 단체·법인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검찰은 해당 불법 후원의 대가성 여부를 검토, 관련자 소환을 이어갈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황창규 전 회장에 대한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96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구 대표는 서대전고등학교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 경영 연구원으로 KT에 입사, 33년 동안 KT에 재직한 정통 ‘KT 맨’으로 꼽힌다. 구 대표는 주로 그룹전략실, 코퍼레이트센터, 사업구조기획실 등에서 KT의 기획 및 전략 업무를 담당,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황창규 전 회장의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는 등 황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렸다. KT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이후에는 KT를 단순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11년 만에 배출된 KT 내부 출신 CEO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 부문 등을 ‘5G 시대’ 경쟁력 있는 핵심 기술로 지목, 관련 실무진을 중용하기도 했다.

8300명 구조조정... 희망 퇴직금 지급으로 ‘4065억 영업손실’ 내기도

구 대표는 2018년 5월 남북협력사업개발 태스크포스(TF)장으로 일하며 KT의 대북 사업을 총괄했다. 구 대표 지휘 아래 가상현실(VR)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 등 인도적 남북 교류사업을 지원하고, KT의 자회사인 KT SAT의 위성망을 바탕으로 북한 농어촌 지역에 위성 인터넷을 보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KT 비서실장 겸 전략 담당 전무로서 KT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희망 퇴직 형식으로 8300명을 구조조정하고, KT 렌탈 및 KT 캐피탈 등 비통신 계열사 17곳을 매각했다. 당시 KT는 구조조정에 따른 희망 퇴직금 지급으로 406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구 대표는 2013년 10월 31일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당시 ‘가계 통신비가 과다하다’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통상적으로 국민이 인식하는 요금은 통신회사에 내는 것도 있지만 단말기 구입 비용도 포함돼 있다. 단말기 구입 비용까지 전체 통신요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계 통신비가 높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 대표는 또 ‘통신비 원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통신시장은 독점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원가를 공개하면 영업상 비밀 등을 경쟁사들이 알 수밖에 없다. 회사 입장에서 원가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KT 株式 2만3563주 보유, 株價 5억5844만 원 달해

지난 1월 27일 자 ‘비즈니스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구 대표는 2020년 12월 기준 KT 주식 2만3563주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월 19일 종가 기준으로 약 5억5844만 원 규모다. 2020년 상반기 KT에서 급여 2억4900만 원, 상여 4억3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800만 원 등 총 6억60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한편 구 대표의 검찰 소환 조사 소식에 KT 새노조 측은 4일 성명서를 내고 “검찰이 구현모 KT CEO를 소환했다. 이 사건의 고발 당사자로서 우리는 일단 뒤늦게나마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지금껏 이 사건은 KT가 기업 자금을 상품권 깡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으로 조성했고, 이를 임원 명의로 쪼개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으로 전달한 것 등 사건의 사실관계가 명백히 입증된 바 있다. 다만 범죄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에 관한 쟁점만 있을 뿐, 구현모 사장 등이 불법 정치자금을 살포하는 등의 범죄에 연루된 것도 사실관계가 확인된 건”이라고 밝혔다.

KT 새노조 “구 사장 등 불법 정치자금 살포 범죄에 연루... 김오수 총장의 봐주기 수사 우려”

새노조는 “결국 구현모 사장이 현직 CEO로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KT는 민영화 이후 모든 CEO가 검찰에 불려가는 관행 아닌 관행이 확립됐다”며 “이 안타깝고 참담한 관행이 현실화된 데 대해 우리 KT 새노조는 늑장 수사의 책임 주체인 검찰과 조건부 CEO 선출이라는 무리한 의사결정 책임 주체인 이사회를 강력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특히, 우리는 이번의 구현모 CEO 전격 소환에 대해 늑장수사로 사건을 뭉개던 검찰이 한때 이 사건의 변호인이었던 김오수 총장이 검찰 총수로 임명되자마자 구현모를 소환한 것에 주목한다”며 “이것이 또 다른 봐주기 수사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검찰은 또다시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오명이 거론되지 않도록 엄정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