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영화의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은 가슴에 붙어 있는 '아크 원자로'를 에너지원(源)으로 사용합니다. 아크 원자로는 영화 속 천재 과학자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초소형 원자로인데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도 미래에서 온 로봇이 초소형 핵(核) 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영화 속에서만 봤던 소형 원자로가 현실화하고 있는데요. 그 중심엔 '나트륨 원자로'가 있습니다. 나트륨(Na)은 소금(NaCl)의 성분인 줄로만 알았는데,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는 물질이라고 하니 신기하지요.
최근 세계적인 부호(富豪)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나트륨 원자로 건설에 의기투합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형 원자로의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여요. 지난 2일(현지 시각) 빌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원전 회사 테라파워가 버핏 소유의 전력 회사 퍼시피코프와 함께 나트륨 원자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나트륨 원자로의 공식 명칭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인데요. SMR의 크기는 대형 원전(1000~1400㎿)의 10분의 1 이하이지만, 발전 용량은 300㎿급에 달하는 초고효율 원전이에요. 건설 비용은 기존 원전의 4분의 1 수준이랍니다. 기존 원전은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는데, SMR은 끓는점이 높은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해서 유출·폭발 위험성이 낮고, 해안이 아닌 내륙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연료를 넣으면 수십 년을 연속 운행할 수 있고,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도 최대 95%까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일 뿐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좋은 발전 방식인 거죠.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에너지 산업에서 나트륨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나트륨은 물과 닿으면 불이 붙는 성질이 있어 그동안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최근 이 문제점을 해결할 기술도 확보했다고 해요. 국내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형 SMR인 '스마트(SMART) 원전' 개발에 힘쓰고 있어요. 스마트 원전은 소형 원자로로는 세계 최초로 2012년 표준설계인가(SDA)를 받았지요. 최근엔 SMR보다 더 작은 초소형 원자로(20㎿ 이하급) 연구도 진행 중이에요.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 같은 초소형 원자로가 한국에서 개발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