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조선일보DB

카카오의 시가총액(64조1478억원)이 15일 사상 처음으로 네이버(63조5699억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전만 해도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두 업체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관계가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16일 《조선일보》는 친구이자 숙명의 라이벌로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남자의 스토리를 보도했다. 두 사람은 검색과 게임이라는 다른 분야로 출발해 각자 영역에서 우위를 다져갔지만, 최근 쇼핑·금융·웹툰·웹소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외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 대학 동문이자 입사 동기, 동업자로 출발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동문에 삼성SDS 입사 동기다. 1998년 김 의장이 먼저 퇴사해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듬해 이해진 창업자도 네이버컴을 설립하고 검색 포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 4월, 두 회사가 전격 합병해 NHN으로 이름을 바꿨다. 네이버는 한게임의 1000만 이용자가 유입되면서 트래픽을 통한 검색 광고 사업을 확장했고, 한게임은 NHN의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했다. 둘의 밀월은 2007년 김 의장이 NHN을 떠나면서 끝이 났다.

◇ 업계 1위 다툼 벌이는 라이벌

친구이자 동업자였던 두 남자는 세월이 흘러 숙명의 라이벌이 됐다. 최근 가장 큰 격전이 벌어진 곳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해외 사업이다.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네이버의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월 북미 웹소설 1위 업체 왓패드 인수(약 6840억원)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에는 임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왓패드 인수 성공은 네이버의 웹툰·웹소설 비즈니스 모델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우리가 지분 투자를 한) 빅히트(현 하이브)와 협업하는 팬 플랫폼까지 더해지면 미국 시장 성공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김범수 의장도 "우리나라 IT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콘텐츠밖에 없다. K팝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며 '콘텐츠 올인'을 천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SM 인수는) 콘텐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김 의장의 오랜 숙원"이라고 했다. 김범수 의장은 5월 북미 웹소설 업체 래디쉬와 웹툰 업체 타파스를 총 1조1000억 원에 사들이며 북미시장에서도 네이버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창업자의 경영 스타일과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김범수 의장은 일을 벌이는 스타일로 신산업 분야를 개척한 뒤 자회사로 독립시켜 상장시키는 식으로 몸집을 불린다. 반면 이해진 창업자는 여러 사업 분야를 본사 울타리 안에 사내독립법인 형식으로 묶어두고 키우고 있다. 이 창업자는 서비스에 대한 완벽주의와 철저한 성과주의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