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개별 회사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수소 등을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로 만들었을 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룹 전체 차원에서 ‘넷제로(탄소중립)’ 조기 추진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면서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 CEO들은 이날 글로벌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자는 넷제로 추진을 공동 결의했다. 이번 넷제로 공동 결의는 SK그룹사들이 2050년 이전(‘2050-α’)까지 CO2 등 7대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그룹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 기후 대응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SK가 탄소 감축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를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93% 줄여 나가겠다는 것으로, 넷제로 달성을 위한 SK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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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1. SK E&S: CO₂ 포집 기술 연구 개발

실제로, SK그룹은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ESG 경영에 앞서가는 행보를 보여 왔다.

SK E&S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기술로 부상 중인 CO₂ 포집 기술 연구 개발에 나섰다. SK E&S는 친환경 저탄소 LNG 비즈니스 기반 수소,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미래 에너지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CO₂ 포집(CC: Carbon Capture)은 한국의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은 물론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은 간헐성으로, LNG 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가동률이 떨어질 때 전력 계통에 바로 편입하여 전기를 생산,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LNG 발전이 다른 화석연료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지만 CO₂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따라서 LNG 발전이 CO₂를 포집하는 CCS 및 CCUS 기술과 결합한다면 LNG 발전의 친환경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 기술을 통해 LNG 개질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 제거도 가능한 만큼 미래 수소 생태계의 친환경성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CCS는 최근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CO₂ 저장 용량 연간 4000만 톤 규모의 28개 프로젝트가 상업 운전 중인 검증된 기술로,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석탄화력 발전을 중심으로 실증 단계까지 진행되었으나 아직 상용화는 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SK E&S는 CCS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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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SK남산빌딩 표지판. 사진=조선일보DB

2. SK㈜: 청록 수소 대량 생산 성공 美 모놀리스社에 투자

SK㈜는 세계 최초로 청록 수소 대량 생산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Monolith)사(社)에 투자하면서 ESG 경영 핵심 분야인 친환경 수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리딩 투자자로서 모놀리스 이사회 의석도 확보했다. 6월 3일 마무리된 이번 투자에는 미국 최대 발전∙신재생에너지 개발 회사인 넥스트에라(Nextera) 등도 참여했다.

청록 수소는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reactor)에 주입해 수소(H2)와 고체탄소(C)로 분해해서 생산하는 수소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블루(Blue) 수소, 그린(Green) 수소와 함께 친환경 청정 수소로 분류된다. 

청록 수소의 경쟁력은 블루 수소의 경제성과 그린 수소의 친환경성을 고루 갖추었다는 점이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블루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탄소 포집∙저장(CCUS)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그린 수소에 비해 적은 전력량으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블루 수소에서 그린 수소로 넘어가는 전환 과정의 전략적 대안으로서 가치가 크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공급 안정성 확보와 수전해 기술(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상용화 등 그린 수소 양산에는 많은 시간 소요가 예상되기 때문에 청록 수소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수소 생산 방식 다변화, 수요 개발 확대, 글로벌 시장 선점 등 다각적으로 수소 사업 육성 전략을 추진 중인 SK㈜는 수소 사업 밸류체인에 청록 수소 포트폴리오를 추가함으로써 청정 수소 리더십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특히 2025년까지 28만 톤 규모 청정 수소 생산 체제 구축을 골자로 한 수소 사업 로드맵 실행력을 한층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네브라스카 주(州)에 위치한 모놀리스는 2012년에 설립되었으며, 독자 개발한 반응기에 천연가스를 주입한 뒤 열분해하는 방법으로 고순도의 청록 수소와 고체탄소를 생산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모놀리스는 2020년 6월 세계 최초 청록 수소 양산 공장을 완공한 바 있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공정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놀리스는 지속적으로 청록 수소 생산 시설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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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0일 오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국세청장-상의 회장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SK㈜는 작년 말 그룹 차원의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으며, 관계사 역량을 결집해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을 구축,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K는 SK인천석유화학의 부생수소를 활용해 2023년부터 약 3만 톤 규모 액화 수소를 생산하고, 2025년부터는 친환경 청정 수소 25만 톤을 추가로 생산하는 등 총 28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는 올 1월 SK E&S와 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수소 선도 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사의 지분 약 10%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으며, 아시아 수소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3. SK텔레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ESG 경영 성과

SK텔레콤은 세계적 금융기관으로부터 ESG 우수 기업 우대 대출을 받아 온실가스 저감 노력 및 에너지 효율 제고 노력 등 ESG 경영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 그룹의 ESG 경영 연계 기업 대출(ESG-linked loan)을 통해 3년 만기 자금 2000억 원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통신사로서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점, 최상위권 신용등급(AAA)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우대금리를 적용 받았다. 계약에는 향후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효율 제고 등 상호 합의한 ESG 성과를 통해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하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조항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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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최태원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취임식을 대신해 열린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최태원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이번 계약은 환경·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SK텔레콤의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 외에도, ESG 성과가 사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T는 이번 계약으로 통상적인 회사채 발행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 기업의 높은 ESG 성과가 우대금리 적용 등 경영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ESG 채권 발행 외에 ESG 경영 연계 기업 대출 등 다양한 녹색 금융(환경 개선과 관련된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여 저탄소 녹색 성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