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MS(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Apple), 두 기업은 글로벌 IT 업계의 양대산맥(兩大山脈)이다. 그런데 두 회사가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로 MS가 공개한 새 PC 운영체제 ‘윈도11’ 때문이다. MS가 연내 출시할 예정인 ‘윈도11’에서 구글의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PC에서 안드로이드폰 앱을 쓸 수 있게 만든 것. 안드로이드폰의 경쟁 상품인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게다가 MS는 별도의 앱 결제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이것 역시 앱 결제 수수료로 곤욕을 치른 애플과 다른 점이다.

두 회사는 과거 PC 기술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주력 분야를 달리했다. MS는 PC 소프트웨어, 애플은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했다. 모바일 산업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은 건 애플이었다. 그러다 MS가 태블릿PC,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 산업 등 신성장 분야를 개척하면서 애플과 시장이 겹치는 경우가 늘었다. 특히 회사의 체력(體力)이라 할 수 있는 시가총액(時價總額·회사 주식의 총 값어치) 면에서도 MS가 2조 달러(약 2260조 원)를 기록하면서 2조2200억 달러(약 2508조 원)인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면서 경쟁의 장(場)을 계속 넓히고 있다.

30년 전 두 회사는 크게 맞붙은 적이 있었다. MS의 빌 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PC 이용 기술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 것. 분쟁은 1988년부터 1994년까지 7년에 걸쳐 이어졌다. 잡스는 1980년대 초 마우스 조작을 통해 PC를 이용하는 기술을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게이츠가 이를 윈도에 탑재하면서부터 싸움이 본격화했다. 잡스는 게이츠를 상대로 고소했다. 애플의 원천 기술을 도용(盜用)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게이츠는 크게 반발했고 법정 다툼은 계속됐다. 2011년 잡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두 회사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게이츠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이폰 대신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기술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었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세기의 천재(天才)인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두 사람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공교롭게도 세계인들은 진보된 IT 문명을 누리고 있다. 인류가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미학적 하드웨어를 개발한 잡스,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를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게이츠. 창업자의 정신과 열정을 이어받은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떤 놀라운 기술 혁신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