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호흡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바다는 수온 변화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거나 흡수한다. 전 지구적 순환 과정을 통해 적정 수준을 유지해왔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19세기 산업화 이후 인류의 화석 연료 사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가량 올랐다. 이로 인해 남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류의 순환이 느려졌다. 전 지구적으로 열이 순환되지 못하고 정체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폭염·가뭄·폭우 등 기후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맞서 인류의 사활(死活)을 건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기후정상회의(4월), P4G 서울정상회의(5월), 주요 7국(G7) 정상회의(6월) 등 최근 잇따라 열린 글로벌 정상 모임을 관통한 키워드는 '탄소 제로(Net Zero)'였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29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섰다. '탄소 제로' '탄소 발자국' '탄소 배출권' 등 탄소 중립과 관련한 용어에 대해 살펴보자.

1. 탄소 중립

‘탄소 중립(Carbon Neutral·Net Zero)’은 배출한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순(純)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 제로’ 또는 ‘넷제로’라고도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후, 배출량만큼을 흡수하고자 나무를 심거나 석탄·석유 발전소를 대체하는 청정에너지 시설에 투자하는 등의 방식을 취한다. 이를 위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흡수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25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2. 탄소 발자국 제도

‘탄소 발자국’은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한다.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탄소 발자국 제도’는 탄소 발자국을 상품에 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구매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7년 영국이 최초로 도입해 제도화했으며 우리나라는 2009년 2월에 본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저탄소 제품 인증’, 2014년 ‘탄소 중립 제품 인증’ 제도 등이 도입됐으며 2016년 ‘환경 성적 표지 제도’로 통합됐다.

3. 탄소세

화석 연료에 함유된 탄소량에 기초해 부과하는 일종의 ‘환경세’다. 화석 연료의 소비 억제 내지는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고, 거둔 세금을 대체 에너지 개발에 투자한다. 핀란드가 1990년 1월 처음 도입한 데 이어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4. 탄소 포인트 제도

가정과 상업 시설 등에서 전기·수도·도시가스의 사용량 절감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 따라 탄소 포인트를 부여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 국민 온실가스 감축 실천 제도이다.

5. 탄소 배출권, 탄소 배출권 거래소

‘탄소 배출권’은 일정 기간 이산화탄소, 메탄 등 6대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며, 주식이나 채권처럼 거래소나 장외(場外)에서 매매(賣買)할 수 있다. 탄소 배출권의 개념은 1997년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탄소 배출권은 국가별로 부여되지만 각국이 대부분의 배출권을 기업에 할당하기 때문에 거래는 대개 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진다. ‘탄소 배출권 거래소’는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거래소로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가 8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탄소 시장’이라고도 부른다. 교토의정서가 2005년 발효되면서 설치되기 시작해 2017년까지 15국 이상에서 설립됐고, 이 중 유럽의 거래소(EU-ETS)가 가장 발전했다. 국내에는 2015년 1월 개설됐다.

6. 탄소 누출

탄소 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 탄소 배출이 이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규제 비용 부담으로 인해 규제 강도가 낮은 국가로 기업 활동이 옮겨지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 시행하는 규제가 해당 국가에선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지구 전체적으로는 탄소 조절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7. 탄소 국경 조정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할 때 추가로 관세 등을 부과하는 조치다. 일종의 ‘탄소 국경세’로,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한 수단이다. EU는 ‘그린딜’ 계획에 따라 2023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8. 탄소 추적 시스템

이산화탄소가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배출되고 흡수되는지 산출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은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의해 개발됐으며,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탄소 추적 시스템을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관련해 독자적인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