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딩동♬"
현관 벨이 울리고 문을 열어보니 로봇이 택배 물품을 전달한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만 봤던 로봇과의 공생(共生) 시대가 열린 것. 최근 배달 앱(App)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영등포구의 주상복합 건물 '포레나 영등포'에서 로봇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자율주행 로봇 '딜리타워(Dilly Tower)'는 사전에 입력된 이동 경로에 따라 움직이며, 스스로 엘리베이터도 타고 내릴 수 있다. 앱을 통해 주문한 물품을 배달원이 건물 1층까지 가져오면 딜리타워가 물품을 건네받아 현관 앞까지 배달한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도 배달 커피 전용 바리스타 로봇이 영업을 시작했다. 로봇 서비스 스타트업 라운지랩이 개발한 로봇 '바리스 브루(BARIS Brew)'. 카페 직원이 주문을 접수하면, 바리스 브루가 배달용 캔에 커피를 담아 밀봉한 뒤 고객에게 전달한다.
국내 대기업들도 서비스 로봇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GS리테일은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내에 있는 GS25 점포에서 업계 최초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점포 근무자가 GS리테일 배달 로봇 '딜리오(Delivery + GS25)'에 상품을 담은 뒤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자율주행 방식으로 배송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세계적인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 로봇 기술을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로보스타'를 인수한 LG전자는 방역 로봇과 바리스타 로봇을 벌써 출시했다.
해외 기업들은 일찌감치 배송 로봇 서비스를 도입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9년 8월 자율주행 로봇을 이용한 미국 내 소포 배송을 시작했다. 아마존의 배송 로봇 '스카우트(Scout)'는 워싱턴, 캘리포니아주(州) 어바인을 시작으로 조지아주 애틀랜타 등 배송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도미노 피자는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로봇 차량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지난해 9월부터 '샤오만뤼(小蠻驢·작고 거친 나귀)'란 이름의 택배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네 바퀴를 단 큰 여행용 가방처럼 생긴 로봇은 최종 물류 집하장에서 출발해 고객들이 있는 곳으로 물건을 배송하도록 설계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생산성 혁신과 미래 시장 개척을 위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非對面) 환경은 서비스 로봇 도입을 가속화시켰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Jason Schenker)는 작년에 출간한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에서 "로봇과 자동화로 우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로봇연맹은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올해 110억 달러(약 12조6588억 원)에서 2023년 277억 달러(약 31조8771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