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글로벌 B2B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 분석'이란 제목의 POSRI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사진=POSRI

글로벌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14일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글로벌 B2B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 분석'이란 제목의 POSRI 이슈리포트에서 대표적인 B2B 4대 업종별 글로벌 선도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전략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했다. POSRI 보고서에서 분석한 기업은 '독일 BASF'(화학), '유럽 Shell'(에너지), '스웨덴 Skanska'(건설), '독일 Siemens'(엔지니어링) 4개 업체였다.

◇ 바스프(BASF)의 2050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바스프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성장'을 선(先) 달성한 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단계적 전략을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성장'은 회사가 양적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은 2018년 수준을 유지해 성장에 비례한 탄소배출량 증가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바스프는 공장 내(內) 에너지 효율성 개선 관련 투자 규모를 기존의 연간 2억5000만 유로(약 3383억6000만원) 수준에서 대폭 확대해 연간 4억 유로(약 5413억7600만원) 규모로 약 60% 상향할 계획이다. 또한 신규 설비나 플랜트 건설 시 탄소배출이 감축되는 데 중점을 두어 설계할 방침이다.

아울러 글로벌 23개 생산시설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카본프리(Carbon-free)'로 구매하고, 현재 계획 중인 신규 사이트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설비를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본프리'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를 배출한 후 다른 방식으로 배출량을 상쇄해 순(純) 배출량 '0'을 만드는 '탄소중립'과는 다른 개념이다.

바스프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향후 회사의 연구개발비 예산 중 절반을 에너지 및 자원 효율성 제고와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 쉘(Shell) 2050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쉘은 자사 생산공정을 넘어 산업생태계 전체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형 수요업체들과의 공동 이니셔티브를 적극 추진 중이다.

쉘은 선박 연료유를 사용하는 해운업계의 탈(脫) 탄소 추진을 위한 'Getting to Zero Coalition'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사와 함께 탱커, 컨테이너, 크루즈, 선박금융, 조선, 부품사 등 산업 내 고위 전문가 총 82명을 섭외해 해운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을 개발하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쉘 보고서는 각 산업 주체별 중점 액션 영역과 단계별 추진 계획도 제시하고 있다. 쉘의 경우 연료유 대체를 위한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유사하게 항공업계와는 'Clean Skies for Tomorrow' 이니셔티브를 공동 추진 중이다. 'Clean Skies for Tomorrow'는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 산하 이니셔티브로 운영 중이며, 지속가능한 항공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에어버스, 영국 히드로공항, 보잉, KLM 항공, SkyNRG 등이 참여 중이다.

자사 생산공정 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공정 내 에너지 효율을 높여 15%의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저탄소 제품 비중을 지속 확대해 50%의 탄소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이 두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35%는 탄소포집·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상쇄할 방침이다. 2035년까지 연간 25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스칸스카(Skanska)의 2045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스칸스카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0% 감축하고, 2045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칸스카는 건설 단계에 사용되는 건자재와 건축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Embodied carbon)을 감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Embodied carbon'을 계량화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관리할 수 있는 고유의 툴(EC3)을 개발했다. 

EC3는 콘크리트, 철강, 목재, 유리, 알루미늄, 석고, 단열재 등 2만6000여 종에 달하는 건설 자재의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디지털화한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이다. 개발자, 설계자, 엔지니어, 시공업체들이 개발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자재에 포함된 탄소배출을 시각화해, 측정하고 저감할 수 있다.

스칸스카는 이 툴을 무료 공개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설 산업의 전(全) 벨류체인에 걸친 탄소감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EC3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50여 개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개발했는데, MS 본사 건물 리모델링 시 최초 적용해 총 탄소배출량을 약 30% 저감하는 효과를 달성했다.

◇ 지멘스(Siemens)의 2030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멘스는 203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제사회가 정한 2050 탄소중립에서 무려 20년이나 앞당긴 목표 설정이다. 

이를 위해 지멘스는 2015년 탄소중립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자사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총 소요 전력의 70%를 그린 에너지로 구매할 방침이다.

사업장 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내 각 부서별로 발생하는 탄소량을 측정하고 내부탄소가격을 부과했다. 이를 통해 조성한 기금은 탄소감축을 위한 연구개발 프로젝트 펀딩에 투자했다. 일례로 지멘스 UK 사업장은 2019년 t당 13파운드의 내부탄소가격을 부과해 약 24만 파운드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탄소저감을 위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투자됐다. 올해는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세와 연동해 t당 31파운드로 내부탄소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아울러 고객의 탄소저감에 기여하는 친환경 제품군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지멘스의 친환경 제품군은 2020년 기준 180억 유로 매출을 달성해 총 매출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제품군을 통한 고객의 온실가스 저감분은 연간 약 700만 톤으로 추정된다. 

◇ 벨류체인 전체의 탄소감축 위한 협업

보고서는 글로벌 대표 B2B 기업들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자사의 비즈니스 특성을 감안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부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평가했다. 바스프와 쉘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장기간에 걸친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 신 공정 프로세스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하고, 스칸스카와 지멘스는 조립·엔지니어링 산업의 특성상 공급망 및 고객의 탄소배출에 초점을 두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대표 B2B 기업들은 자사 비즈니스 활동 자체의 범위를 넘어 벨류체인 전체의 탄소감축을 위해 파트너사들과 협업하고 업계 내 인식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이라는 원대한 목표는 특정 기업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고, 모든 영역에 속한 주체들이 함께 노력해야 달성 가능하다고 결론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