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작년 12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안(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3대(大) 정책 방향으로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 ▲신(新)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 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등을 내세웠다. 국가적 목표인 탄소 중립은 기업들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최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경영에 이어 '탄소 저감(低減)'이 기업의 상품·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화석연료에서 親환경으로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LG화학은 녹색 프리미엄제(한국전력 통한 재생에너지 구매), 전력 직접 구매 등을 통해 260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했다. 6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청주 오창읍 및 중국 난징(南京) 공장, 신규 투자 공장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국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위원회'에 참여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도 직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축·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청정 수소부터 탄소 포집까지
SK E&S는 대기 중의 탄소를 끌어모아 지하에 저장하는 '탄소 포집(捕執)'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SK㈜는 친환경 청정 수소인 '청록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미국 모놀리스사(社)에 투자했다. 청록수소는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에 주입해 수소와 고체탄소로 분해해 만든 수소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LG화학은 핀란드 기업 네스테와 협력해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합성수지 생산에 돌입했다. 화석연료 기반 제품 대비 온실가스를 50%가량 저감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 23개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소 선박·트램(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전차) 등 다양한 수소 동력 교통수단도 개발하고 있다.

온실가스 줄이고 전기차 활성화
삼성전자는 2020년 공정가스 처리 설비 효율 개선 등 총 540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총 709만1000t(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이는 전년 감축량 대비 39% 증가한 수치다. SK케미칼도 저탄소 공정을 도입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25만t을 줄일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 화물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배송 현장에 1t 전기 화물차 4대를 투입한 CJ대한통운은 올 연말까지 28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친환경 포장 설계(Redesign), 재생 가능한 소재 사용(Recycle), 친환경 원료 사용(Recover) 등 '3R 패키징 정책'을 수립, 수백 t의 플라스틱 원료를 절감했다.

전기 절약해 화력발전 최소화
LG유플러스는 서울 가산동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냉각탑 운전 방식을 변경해 월 평균 5만2063kWh의 전력을, 논현 IDC에서는 연 107만732kWh의 전력을 절감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TV 백라이트 효율 개선과 냉장고 고효율 컴프레서(기체를 압축시켜 압력을 높이는 장치) 적용 등을 통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2008년 대비 평균 32% 절감했다. 모니터에 대기 전력 저감 기술을 적용해 전원 선을 뽑지 않고도 전기 소모를 줄일 수 있게 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전자기기 소비 전력을 줄이기 위해 '고효율 충전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廢배터리서 리튬 뽑고 시트 잘라 옷 만들기
탄소 중립을 위해선 에너지를 회수하고 폐(廢)자원을 재활용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CJ ENM 커머스 부문은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 테이프를 붙이지 않고도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도입했다. CJ CGV는 지난 1월 영화 상영 때 쓰이고 버려지는 폐스크린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 최초 리튬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 줄여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유리·카펫·에어백과 가죽 시트 등 자동차 폐기물을 재활용해 의류와 액세서리로 만드는 '리스타일 2020'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