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부산을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지역 의원들과 함께 점심으로 돼지국밥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야권의 대선(大選) 잠룡인 윤 전 총장이 마신 소주가 바로 지역 대표 소주인 ‘대선(大鮮) 소주’였기 때문. 물론 동음이의(同音異義)였지만, 그 광경을 본 유권자들이 윤 전 총장의 넘쳐나는 ‘대권(大權) 의지’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문(文) 정권 임기 중반 당시, 청와대 내 실세 그룹으로 불린 일명 ‘부산파’의 거두(巨頭) 조국 전 민정수석 또한 수석 퇴임 후 법무장관으로 낙점되기 전인 2019년 여름 고향 부산에서 고교 동문들과 대선 소주를 마셨다. ‘대선’과 하이트진로의 ‘진로’, 무학의 ‘딱 좋은데이’ 소주병을 순서대로 세워 놓은 사진을 SNS에 올려, “자신의 ‘대선 진로(進路)가 좋다’는 뜻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문 정권의 부산파 적자(嫡子)이자 정권 재창출 후계자로 거론돼왔던 조 전 장관과, 그에 대한 수사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뒤 야권의 잠룡이 된 윤 전 총장이 마신 소주라는 점에서 ‘대선 소주’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특히 ‘대선’이라는 명칭 못지않게 정치의 메카인 PK(부산·경남)를 대표하는 소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17년 ‘뉴트로’ 열풍을 타고 1970년대 유행하던 대선 소주를 재출시한 대선주조㈜(대표 조우현)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로 꼽힌다. 1930년 부산 범일동에서 대선양조㈜로 시작한 대선주조는 금년 창사(創社) 91주년을 맞았다. 창사 당시 주류 업게에서 가장 큰 규모인 자본금 100만 원과 종업원 60여 명으로 시작한 대선주조는 생산량 또한 연간 540만ℓ로 전국 주류 공장 중 최대치에 달했다. 현재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술인 ‘다이야(DAIYA)소주’(1940년)를 시작으로 ‘대선’ ‘시원’ ‘신세계 청주’ ‘선(鮮)’ 등 다양한 주류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금년에는 ‘다이야’를 계승한 신제품 ‘다이아몬드’를 출시, 27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병을 돌파했다.
1965년 도수 25도로 출시된 대선주조의 대표 제품 ‘대선’은 최근 리뉴얼 이후 인기가 더 많아졌다. 원적외선으로 장기 숙성한 증류식(蒸溜式) 소주로 도수 16.9도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벌꿀도 함유돼 있어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세부 종류로는 360㎖ 가정·업소용과 같은 용량의 제례주(祭禮酒), 휴대용 페트 제품 등이 있다. 2018년 11월 기준 대선의 누적 판매량은 1억7000만 병에 달한다. 당시 대선은 지역 소주 시장에서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작년 말 기준 대선의 누적 판매량은 4억5000만 병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혼술 문화’의 보편화, 근접한 대선 정국에 따라 판매량이 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주류 품평회인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받았고, 2017~2021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받는 등 지역 명물 소주로 정평이 났다. 대선주조는 2017년 9월 기장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최근 출시한 대선·시원 소주 400㎖ 페트 제품의 경우, 원활한 재활용을 위해 스티커 자국이 남지 않고 분리가 간편한 에코탭이 부착됐다.
사명(社名)이자 상품명인 대선은 대조선(大朝鮮)의 줄임말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사케를 만들던 대일본양조에 맞서 조선인의 긍지를 반영하고자 ‘대선’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