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일렉트로코어가 개발한 전자약 '감마코어'는 신경을 자극해 피로를 회복시킨다. 사진=조선일보DB

최근 KT가 미국 의료 기기 제조 기업 뉴로시그마와 손잡고 '바이오 신(新)시장'에 진출했다. '전자약(電子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서 말이다. '휴대전화 통신사'인 KT가 느닷없이 '신약 개발'에 나선 이유는 뭘까?

해답은 '전자약'이라는 이름에 있다. 전자약은 전자(電子)와 의약품(醫藥品)의 합성어로, 전류나 자기장 등 '전기 신호'로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말한다. 스마트폰 앱, VR(가상현실) 영상 같은 소프트웨어 형식도 있다. 다시 말해 '의료용 전자 기기·장치'라 할 수 있다. ICT(정보 통신 기술) 전문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KT가 뛰어들 만한 사업 분야라는 것.

전자약의 제일 큰 장점은 부작용이 적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천연·화학 약품을 복용하거나 주입하는 것보다 내성(耐性)·중독 등 부작용이 적고, 시술·치료 절차 또한 간편하다. 화학 약품보다 신약 연구·개발 비용도 훨씬 적다. 뇌·신경·정신·면역 질환부터 당뇨·비만·치매·관절염·파킨슨병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 또한 다양하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2024년까지 민관(民官) 합동으로 총 289억 원을 투자, 전자약의 일종인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최근 '전자약 신기술 플랫폼' 병원으로 선정된 삼성서울병원은 2029년까지 전자약 연구비로 총 34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KT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은 일찌감치 전자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6년 영국 제약사 GSK와 함께 전자약 회사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Galvani Bioelectronics)를 세운 것. KT와 합작한 뉴로시그마는 피부에 부착하는 전자 패치로 뇌 신경을 자극, 신경·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치료 전자약으로 승인받은 첫 사례다.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는 스마트폰 앱으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기술을 내놨고, 국내 기업 리메드·와이브레인도 '통증 완화' '우울증 치료' 전자약을 만들었다. 전 세계 전자약 시장은 연평균 약 9%씩 성장을 거듭해 2026년 380억 달러(약 43조7266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