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자로 취임 40주년을 맞았다. 한화그룹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임을 감안, 특별한 행사 없이 2일 오전 사내(社內) 방송으로 기념식을 대신한다. 김 회장은 “40년간 이룬 한화의 성장과 혁신은 한화 가족 모두가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며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소회를 밝혔다.
‘총자산 7548억 원에서 217조 원으로, 매출액 1조1000억 원에서 65조4000억 원’으로. 한화그룹이 지난 40년간 이룬 발전의 역사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불굴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고 평했다.
한화그룹 성장사의 핵심은 M&A(인수합병)다. 김 회장의 리더십과 뚝심을 대표하는 키워드 역시 M&A다. 80년대 취임 직후, 제2차 석유파동의 불황 속에서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 인수로 대한민국 석유화학을 수출 ‘효자산업’으로 키워냈다. IMF 금융위기 직후인 2002년엔 적자를 지속하던 대한생명을 인수, 자산 127조 원의 우량 보험사로 거듭나게 했다.
2012년에는 파산했던 독일의 큐셀을 인수해 글로벌 태양광 기업으로 만들었다. 2015년에는 삼성의 방산(防産) 및 석유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하는 ‘빅 딜’을 감행했다. 사업 고도화와 시너지 제고를 통해 한화를 방산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석유화학은 매출 20조 원을 초과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화는 현재 재계 7위의 그룹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 역시 그룹 성장의 또 다른 핵심이다. 1981년 당시 7개에 불과했던 해외 거점은 469개로 늘었고, 해외 매출은 2020년 기준 16조7000억 원까지 확대됐다. 김 회장은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우라”고 독려했다.
김 회장이 이끄는 한화는 현재 세계시장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키워내고 있다. 방위 사업에서는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등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사업은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국 태양광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은 신용과 의리”라며 “김 회장은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임직원과 고객은 물론 더 나아가 인류를 아끼고 중시하는 경영을 해왔다”고 평했다. 김 회장은 천안함 폭침 희생자에게 최대의 예우를 직접 고민해 유가족의 채용을 결정한 바 있다. IMF 당시 매각 대금을 줄여서라도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우선 추진한 일화도 있다. 이라크 건설 현장 직원들을 위한 광어회 공수, 플라자호텔 리모델링 당시 전 직원 유급휴가 실시 등 김 회장의 ‘직원 중심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례는 다양하다.
김 회장은 글로벌 경영인으로서 민간 외교 활동에도 힘썼다. 2000년 6월 한미교류협회 초대 의장으로 추대돼 한미(韓美) 관계 증진을 위한 민간 사절 역할을 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김 회장은 부시·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거물급 미국 정치계 인사들과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이며 파워엘리트 집단인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창립자와는 4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김 회장은 ‘40년 경영 인생’을 바탕으로 한화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항공 우주,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방산과 디지털 금융 솔루션이 그것이다.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 쎄트렉아이까지 가세한 ‘스페이스 허브’는 상상 속 우주를 손에 잡히는 현실로 이끌고 있다.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교통) 분야에서도 미국 오버에어사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린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도 효율을 높인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고, 수소 운반을 위한 탱크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 회사를 인수해 친환경 민자 발전 사업까지 도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