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 발견이 어렵고 초기 증상이 드물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췌장암(膵臟癌)을 94% 확률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2.6%에 불과하다.
가천대길병원(외과 이두호 교수), 서울대병원(간담췌외과 장진영 교수), 서울대학교(통계학과 박태성 교수)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다중 바이오마커 패널(LRG1, TTR, CA19-9)을 이용한 예측 모델 연구’에서 췌장암 조기 진단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 국제 학술지 《Journal of Hepato-Biliary-Pancreatic Sciences》 최신호에 실렸다.
‘생체표지자’로 불리는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다. 연구 결과, 다중 바이오마커 기술을 통한 췌장암 진단 확률은 매우 높았다. 췌장암 여부를 진단하는 양성 예측률, 음성 예측률, 민감도, 특이도 모두 90%를 넘겼다. 췌장암 고위험군으로 예상된 환자 중 양성 예측률은 94.12%에 달했고, 췌장암 환자가 아니라고 예상된 대상자 중 음성 예측률도 90.40%였다. 질병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했을 때 실제로 양성으로 보여주는 민감도는 93.81%였다. 질병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음성으로 나타내는 특이도는 90.86%였다.
이번 연구 대상에는 정상인, 췌장암 환자뿐 아니라 췌장 양성 질환 환자, 기타 암종(癌腫)군 환자도 포함돼 진단 정확도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는 2011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약 8년 동안 6개 기관(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이화여대병원, 연대 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모집한 혈액 표본 1991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혈액 표본 중 정상인군은 609개, 대장암·갑상선암·유방암은 145개, 췌장 양성 질환군은 314개, 췌장암군은 923개였다.
해당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이두호 가천대길병원 외과 교수는 “이번 다중 바이오마커는 실제 췌장암 환자와 기타 환자를 높은 정확도로 구분했다”며 “현재까지도 췌장암을 진단하기 위한 효과적인 진단 도구 개발이 요원한 상태다. 다중 바이오마커가 췌장암 조기 진단과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