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사진=조선일보DB

한국이 지난 30년간 주요 경제지표에서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기술경쟁력은 여전히 뒤쳐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1990년 이후 한일 간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를 비교한 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전경련은 거시경제 및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를 분석해 국가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 순위를 살펴본 결과 1995년 각각 26위와 4위였던 한국과 일본의 순위가 2020년 23위, 34위로 바뀌며 한국이 역전했다고 밝혔다.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도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보다 2단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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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경련 제공

또한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도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2018년 한국(4만3001달러)이 일본(4만2725달러)을 추월한 이후 추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추월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에 따르면 1990년 한국과 일본의 순위는 각각 17위, 2위였지만 2018년에는 한국이 3위로 올라가고, 일본은 5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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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경련 제공

거시경제 지표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축소됐다. 명목 GDP 기준 한국의 경제력은 1990년 2830억달러에서 2020년 1조6310억달러로 성장하며 일본 대비 1990년 8.9%에서 2020년 32.3%로 추격했다. 30년 사이 약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온 것이다.

1990년 한국과 일본의 명목 GDP 수준은 각각 17위, 2위였지만 2020년 한국은 10위를 차지하면서 3위로 떨어진 일본과 격차를 좁혔다. 명목 1인당 GDP 기준도 한국이 1990년 6610달러에서 2020년 3만1497달러로 증가하며 일본(4만146달러)의 78.5%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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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경련 제공

대외부문 지표에서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한국의 2020년 기준 수출액은 5130억달러로 일본의 80%, 수입액은 4680억달러로 일본의 74% 수준으로 올라섰다. 1990년 각각 24%, 31% 수준에서 대폭 성장한 것이다.

해외직접투자(유출)도 격차가 많이 감소했다. 다만, 수출·수입 등 교역 부문에 비해 해외직접투자는 2020년 기준 한국 325억달러, 일본이 1157억달러로 여전히 3.6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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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경련 제공

다만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기초기술 강국인 일본에 크게 뒤졌다. 예를 들어, 글로벌 연구개발(R&D) 1000대 투자 기업 수에서 2020년 기준 일본은 한국보다 5배 이상 많은 기업을 보유했다.

특히 소재·부품 분야에서 한일 경쟁력을 나타내는 한국의 소재·부품 대일(對日)적자 규모는 1994년 83억 달러에서 2020년 154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대일 전체 무역수지 대비 비율도 증가했다.

아울러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경쟁력을 나타내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도 한국은 없지만 일본은 지난해까지 24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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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경련 제공

김봉만 전경련국제협력실장은 "지난 30년간 대다수 주요 경제지표에서 한일 격차는 감소하거나 일부 분야는 오히려 역전됐다"며 "그러나 해외직접투자액이나 기초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격차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격차가 여전히 큰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진출 시 양국기업 협력 및 한일 간 기술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