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예산이 올해 대비 8.3% 늘어난 604조원 규모로 책정됐다. 코로나19 4차 유행과 신(新) 양극화, 탄소중립 등에 대응하고자 다시 한번 '확장재정'을 선택한 것이다. 현 정부 임기 5년 간 이어진 확장재정 끝에 나라빚은 300조원 이상 늘며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3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2년 예산 정부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2022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558조원)보다 8.3% 늘린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8.3%)은 올해 본예산 증가율(8.9%)보다 낮지만 총수입 증가율(6.7%)보다 높다는 점에서 또 한 번 '확장재정'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예산 편성 첫해인 2018년에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 7.1%를 기록한 이후 2019년(9.5%), 2020년(9.1%), 2021년(8.9%), 2022년(8.3%)에 모두 8%를 넘는 증가율을 기록, 2018년 428조8000억원이던 총지출 규모를 내년 604조4000억원으로 4년 만에 200조 가까이 늘렸다. 5개 연도 총지출 증가율 평균은 8.6%로 2018년에 제시한 2018~2022년 국가재정계획상 연평균 증가율인 5.2%를 3.4%포인트 상회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 8.9%에 이어 내년에도 8%대 확장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방역이 지속되고 있고 '위기극복-경기회복-격차해소-미래대비'를 위한 재정수요가 매우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 역시 상당폭의 확장재정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현 상황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 4차 유행이다. 영업제한·금지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예산으로 1조8000억원을, 내년 백신 9000만회분 비용으로 2조6000억원 등 방역 예산으로 총 5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양극화 대응에는 총 83조5000억원의 예산을 쏟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 벌어진 격차를 해소하고자 3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211만개를 만들고, 질병·부상 시 최저임금의 60%를 지원하는 한국형 상병수당을 시범 실시한다. 한부모 가족에 소득공제 30%를 신규도입하고 아동수당은 8세 미만까지 확대한다. 0~1세에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신설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반값 등록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며 저소득 청년에 월세 20만원을 지원하는 등 청년층에 23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이 여파로 보건·복지·고용 분야 내년 예산은 216조7000억원을 기록한다. 이 분야 예산이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에는 총 33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특히 2조5000억원 상당의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는 등 2050탄소중립에 12조원을 투자한다. 뉴딜 연구개발(R&D) 예산도 3조6000억원으로 48.1% 늘린다. 지역균형발전에는 총 52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매년 1조씩 지방소멸대응 특별양여금을 지급하는 등 예산 소요를 반영한 결과다.
확장재정의 지속으로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에 달한다는 의미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 것도, GDP 대비 50%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다만 통합재정수지 적자 폭은 올해 말 90조3000억원에서 내년에는 55조6000억원으로 34조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도 -4.4%에서 -2.6%로 낮아진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처럼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켜 세수를 늘리고 건전성을 회복하는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