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내년 1월로 다가왔지만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의무 준수가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기업 314개사(50인 이상)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준비 및 애로사항 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전체 응답 기업의 66.5%가 시행령에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법 시행일까지 준수 가능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50인 이상 100인 미만인 중소기업의 경우 77.3%였다.

오는 1월 27일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산재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을 강력히 형사처벌(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오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행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의무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준비 기간이 매우 부족함(31.2%) ▲안전투자 비용이 과도하게 필요함(28.0%) ▲전문성이 부족함(24.5%) 순으로 조사됐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내용 중 준수하기 가장 어려운 규정에 대해서는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41.7%)을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의무 이행사항 점검 및 개선(40.8%)이라고 응답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내용 중 준수하기 가장 어려운 규정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 기업의 41.7%가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40.8%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의무 이행사항 점검 및 개선'을 꼽았다.

경총은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필요한 예산의 수준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의무이행의 어려움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열악한 인력과 재정여건으로 인해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규정을 가장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법 시행 시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의무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경영자 부담 가중'(61.5%) ▲종사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가능(52.2%) ▲형벌수준이 과도해 처벌 불안감 심각(43.3%)순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는 74.2%가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면책규정 마련이라고 답변했다. 그 다음으로 대기업은 ▲경영책임자 의무 및 원청의 책임범위 구체화(52.3%), 중소기업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완화(37.3%)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법률의 불명확성이 해소되지 못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의무준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의·중과실이 없는 사고까지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면책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빠른시일 내에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직접 경영해서 처벌에 따른 경영중단에 대한 두려움이 대단히 큰 상황"이라며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정부의 적극적인 컨설팅 및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