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노동개혁 성공 사례를 볼 때 국내 고용 활성화를 위해선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성공해 고용지표를 크게 개선시킨 독일, 영국, 네덜란드의 주요 노동정책과 시사점을 분석해 21일 발표했다.
독일의 슈뢰더 정부(2003~2005년)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해 해고제한법 적용 제외 사업장을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확대했고 파견 기간의 상한(2년)을 폐지했다.
이후 메르켈 정부(2006년~)에 들어서도 해고제한법 적용 제외 사업장을 10인 이하에서 20인 이하로 또 한 번 확대했다. 또한 근로 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업무량이 많을 때 근로 시간 초과분을 적립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동개혁의 기조를 이어갔다.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최대 10점)는 하르츠 개혁 시작 시기인 2003년 3.5점에서 2019년 7.5점으로 큰 폭 올랐다. 그 결과, 독일의 고용률은 2003년 64.6%에서 2019년 76.7%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9.4%에서 3.2%로 감소했다. 아울러 파견규제 완화로 인해 2003년 32.7만명이었던 파견근로자 수가 2018년 100.1만명으로 3.1배 증가하며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영국의 대처 정부(1979~1990년)는 무리한 파업 관행을 막기 위해 노조의 과도한 단체 활동을 개혁했다. 대표적으로 다른 노조의 파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동정파업과 노동조합원만을 채용하기로 정한 클로즈드숍 조항을 불법화했다.
이후 캐머런 정부(2010~2016년)에 들어서는 돌발‧장기파업을 제한하기 위해 파업 전 찬반투표시 투표 용지 내 파업 기간을 명시하도록 했고, 파업 사전 통지 기간을 7일에서 14일로 확대했다.
그 결과,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줄어들었다.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연평균 기준 캘러핸 정부 기간(1976~1979년) 1307.6만일에서 대처 정부 기간 862.6만일로 감소했다. 캐머런 정부 들어선 53.3만일로 대폭 줄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는 1980년 6.7점에서 2016년 8.4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노사관계가 개선되고 노동유연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고용 여건이 개선돼 영국의 고용률은 1984년 65.9%에서 2016년 73.8%로 올랐고, 실업률은 1984년 11.9%에서 2016년 5.0%로 감소했다.
네덜란드의 루버스 정부(1982~1994년)는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시간제 고용을 확대하는 노사정 합의를 도출 해냈고, 물가 연동 임금 인상 제도 폐지와 최저임금‧공공부문 임금 동결 등으로 노동 비용 부담을 완화했다.
이어서 빔콕 정부(1994~2002년)는 해고 예고 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 업무 능력 결여로 인한 해고 허용 등 해고규제를 완화했고, 파견 사업 허가제를 폐지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이후 뤼터 정부(2014년~) 들어서는 해고 수당의 상한을 설정하는 해고 규제 완화와 실업 급여 수급기간을 최장 38개월에서 24개월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네덜란드의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는 1980년 3.0점에서 2019년 7.6점으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시간제 고용 활성화,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 등 노동유연성 제고는 상대적으로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청년과 여성에게 다양한 취업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전체 고용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여성 고용률은 1982년 35.8%에서 2019년 74.1%로 2배 이상 올랐고,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11.3%에서 5.4%로 줄었다. 전체 고용률은 1982년 52.8%에서 2019년 78.2%로 올랐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9.7%에서 3.4%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은 노동경직성을 강화하는 노동 정책들이 다수 도입됐다. 2017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은 증가했고 인력운용의 자율성이 제한됐다.
지난 7월에는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비종사자 사업장 출입 허용 등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소지가 있는 노조 단결권 강화 정책이 시행됐다.
그 결과,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는 2019년 기준 4.8점으로 노동개혁 성공 3개국의 평균인 7.8점을 밑돌았고, 고용률은 66.8%로 3개국 평균인 76.8%보다 10.0%p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동개혁 성공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전개해왔다"며 "국내 고용을 개선하려면 노사균형 확립을 위한 제도 개선, 노동경직성 완화 등 지속적인 노동시장 구조 개혁으로 기업의 고용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