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IPS

"한국의 올해 국가 경쟁력은 정부, 기업이 선택하는 국가 전략에 따라 세계 62개 국가 가운데 17위(차별화 전략)로 상승할 수도 있고, 29위(저원가 전략)로 하락할 수도 있다." 

지난 28일(한국 시각) 산업정책연구원(IPS)은 'IPS 국가 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IPS 국가 경쟁력 보고서는 스위스산업정책연구원(IPS-Switzerland), 유엔훈련연구원(UNITAR), 프랭클린 대학 테일러 연구소 등 스위스의 3개 기관이 2020년부터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와 요나스 해틀(Jonas Haertle) UNITAR 집행 이사는 "국가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각국이 보유한 자원 조건만 가지고 국가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세계경제포럼(WEF)과는 달리, 스위스의 연구 및 교육 기관 3개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IPS 보고서는 세계 62개 국가의 경쟁력을 원가 전략을 쓰는 경우와 차별화 전략을 쓰는 경우로 나눠서 발표한다"며 "이는 같은 자원 조건이라 할지라도 각국이 채택하는 정책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PS에 따르면 미국은 저원가 전략을 쓰면 13등이지만, 차별화 전략을 쓰면 8등으로 올라간다. 반대로 중국은 저원가 전략을 쓰면 4등이지만 차별화 전략을 쓰면 15등으로 떨어진다. 이유는 저원가 전략은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적합하고, 차별화 전략은 고품질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선진국에 적합해서다.

저원가 전략 랭킹을 보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순서대로 1~3등을 차지하고 중국과 싱가포르가 그 뒤를 이었다. 차별화 전략 랭킹을 보면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가 1등에서 5등까지 차지했다. 저원가 전략 랭킹과 차별화 전략 랭킹의 내용이 확연히 다르고, 같은 국가라 하더라도 전략 선택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 것이다.

이번 발표 자료에는 네 가지 국가군이 확인된다. 제1형은 풍부한 자원과 고품질 생산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로 저원가 랭킹과 차별화 랭킹에서 모두 상위에 있는 호주. 캐나다, 미국, 중국 등이다. 제2형은 고품질 생산 국가로 저원가 랭킹에서는 상위권에서 멀지만, 차별화 랭킹에서는 상위인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다. 제3형은 풍부한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로 저원가 랭킹에서는 상위이지만, 차별화 랭킹에서는 하위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말레이지아, 칠레, 태국 등이다. 제4형은 풍부한 자원과 고품질 생산 능력 가운데 어느 것도 갖지 못한 국가로 두 가지 랭킹에서 모두 하위에 있는 크로아티아, 오만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IPS는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이론으로 물적 요소 4가지와 인적 요소 4가지 그리고 기회 조건으로 구성된 '9-팩터 모델'을 사용한다. 물적 요소는 △생산 조건 △경영 조건 △관련 산업 △수요 조건으로 구성되고, 인적 요소는 △근로자 △정치 지도자 및 관료 △기업가 △전문가로 이뤄졌다.

한국의 경쟁력을 요소별로 살펴보면 물적 요소 가운데 수요 조건(11위)·관련 산업(16위)은 상위, 경영 여건(32위)은 중위, 생산 조건(53위)은 하위에 있다. 인적 요소 가운데 전문가(19위)·기업가(20위)는 상위, 정치 지도자 및 관료(23위)는 중위, 근로자(50위)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