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 사진=조선일보DB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한 진입규제가 신산업 분야에서 외국산 점유를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4일 '신산업 진입규제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한 △중소기업간 경쟁품목 △공공SW 대기업 참여 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가 기업 활동을 제한할 뿐 아니라 신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은 중소기업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한 품목에 중견·대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정부가 신산업 분야까지 중견·대기업의 공공조달 참여를 제한해 외국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 드론, 2018년 3D프린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됐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따르면 2020년 3D프린터의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67.5%에 불과하고 일본(80%), 유럽(99.5%)에도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액 1억 원 미만 기업이 전체의 42.0%, 1 억~10억 원 미만 기업이 전체의 40.2%로 국내 공급기업의 규모가 영세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3D프린터 분야의 중국산 수입이 2017년 569만 달러에서 2020년 1023.4만 달러로 약 80% 급증했다. 시장의 국산화 비중도 전체 46%에 불과하다. 국산도 산업용보다는 보급용(일반인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중소기업체 비중이 93.8%인 드론 산업 또한 핵심부품의 외국산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술력 수준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분야 드론 국산화율은 49%로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민 공공IT서비스 접점이 늘어남에 따라 공공 온라인 서비스 불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2013년 공공SW 분야의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대기업 참여 제한 규제는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 소프트웨어 사업자를 공공사업 발주에 참여를 배제하는 규제는 2010년 공공SW조달 시장에서 대기업 점유 비중 76.4%가 2018년 중소기업 점유 비중 92.6%로 반전된 것을 볼 때 겉으론 규제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국이 ICT 중 SW 비중이 증가하면서 SW 중심으로 재편되는데 한국은 SW 비중이 ICT의 20% 수준에 그치는 등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시장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규제가 중소기업 혁신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을 뒷받침한다. SW산업의 내수 의존도는 82.2%에 달해 국내 SW기업이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것 또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치 않다는 반증이다. 

전자정부 수출실적 또한 법시행 이후 2015년 5억 3404만 달러 대비 44% 급감한 2019년 3억 99만 달러 수준에서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공공SW 참여제한 규제가 대졸 이상 정보통신기술산업 종사자 대비 소프트웨어 종사자의 임금을 약 13.9% 하락시켰다는 연구 결과 등을 비추어 볼 때 규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탄소배출 저감정책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화학 업계가 폐기물 처리와 자원 재활용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자원재활용 관련 단체가 합동으로 토론회를 여는 등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폐플라스틱 재활용업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 등 주요 기업의 ESG 경영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의 경우, 분리배출-선별-재활용의 단계를 거치는데 분리배출이 되더라도 혼입 등으로 인해 선별과정에서 재활용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재활용률이 2015년 58%에서 2019년 41%로 17%p 낮아진 상황이다. 또한 폐플라스틱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업계에서는 해외 제품에 의존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전경련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리운전, 중고 자동차 시장 사례와 같이 정부가 소비자의 이익이나 산업의 고도화보다 중소기업의 입장만을 고려할 경우, 주요 기업의 ESG경영 모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목하에 생긴 사전적 규제는 특히 신산업 분야에서 중견·대기업에게 진입규제와 같이 작용한다"며 "국내 공공 입찰의 레퍼런스가 없으면 대기업도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ESG 및 신산업 분야에서만큼은 예외적인 허용이 아닌 원칙적으로 사전적 규제를 철폐하고 중소기업에 가점을 주는 형태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