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전기 요금이 최대 3배 폭등했다. 이상 기후로 풍력발전이 감소하고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 아래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기저 에너지로 활용하고, 석탄 발전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4일 발표한 '글로벌 인사이트: 주요국 에너지 위기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경기 회복에 따른 전력 수요를 석탄 발전 위주의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전력난이 발생했다. 올해 1~8월 중국의 전력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반면 발전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 생산량(1~8월)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석탄 부족으로 인해 석탄 가격은 연초 대비 49.8% 올랐다. 여기에 중국 주요 탄광 지역인 산시성에서 발생한 홍수로 석탄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력난이 더욱 악화됐다. 석탄 생산이 정체된 데는 중국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전력 부족으로 인해 장쑤성, 광동성 등 중국의 제조업 중심 공업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이 중단돼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전력난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이 발생하면서 중국 산업 생산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EU의 경우 이상 기후에 따라 바람 세기가 약해지면서 풍력발전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대체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다. 올해 9월 유럽의 풍력발전 비중은 9.3%로 작년 9월 11.6%에 비해 2.3%p 감소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3.6배 이상 증가했고, 전기 요금은 연초 대비 독일은 2.4배, 영국 2.8배, 프랑스는 3.1배, 스페인은 3.4배 올랐다. 전력 요금이 오르면서 철강, 비료 등 일부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산업계 피해도 나타났다. 아울러 천연가스의 35%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데 따른 정치지정학적 문제도 EU에너지 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EU 각국 등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석탄 및 원자력 발전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및 신규 광산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2025년까지 원자로 20기를 신규로 건설할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대규모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해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프랑스도 SMR 등에 10억 유로를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한편 프랑스 등 유럽 10개국 경제 및 에너지 담당 장관들은 지난달 11일 공동 명의로 "유럽에는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언론 게재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은 지난달 SMR을 미래 에너지 기술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발표했고, 일리노이 주의회는 지난 9월 폐쇄 예정인 원전의 수명 연장 법안을 의결했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에너지위기를 맞은 중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신재생 에너지 발전과 함께 원자력 및 석탄 발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기저에너지로 활용하고, 석탄 발전도 급격히 축소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