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계획 수립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국내 기업 31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위드 코로나 시대 기업 환경 전망과 대응 과제' 조사에서 '내년도 투자 계획을 세웠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미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11.7%에 불과했다. 현재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인 기업은 32.1%였고, 아직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56.2%였다.

기업들이 투자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영 환경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환경 불확실성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지속되거나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이 68.0%에 달했다. 불확실성의 요인에 대해 가장 많은 37.7%가 '원자재 수급 애로 및 글로벌 물류대란'을 꼽았다. '인력 부족'(20.6%)과 '노동·환경 등 규제 환경 지속'(17.1%), '글로벌 통상 환경 급변'(10.1%), '디지털 기술 환경 변화'(7.6%), '2050 탄소중립 추진'(5.4%), 'ESG에 대한 요구 증가'(1.6%)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향후 경기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출 확대와 기업 실적 개선 등 최근의 긍정적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대해 응답 기업의 12.0%만이 '3개월 이내'로 답했다. 29.1%는 '내년 상반기' 안에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40.5%는 실적 개선이 '1~2년' 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3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18.3%에 그쳤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32.3%가 '적극적인 R&D와 투자'라고 답했다.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부응해 '사업구조 재편'(15.8%)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어 '내실 경영'(14.9%), '우수 인력 확보'(14.6%), '조직 역량 강화'(12.7%) 등의 답변이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는 응답기업의 31.0%가 '물가 안정 및 원자재 수급난 해소'를 꼽았다. '경기 활성화'(25.0%)와 '기업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23.1%), '인력수급 원활화'(9.2%), '규제 개선'(7.6%), '통상 불확실성 해소'(4.1%) 등의 응답도 나왔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은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기업 노력만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