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월 19일 영구정지에 들어간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 모습. 사진=조선일보DB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 비중을 높여야 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탄소중립 새로운 에너지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9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탈원전과 탄소중립인데 이 조합에서의 탄소중립 에너지 믹스는 재생 에너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계획은 2030년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로 잡고 있다. 당초의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인 20%를 10%p 상향 조정한 수치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려면 약 106GW의 태양광 및 풍력 설비가 필요하다.  이는 재생에너지 3020 목표(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달성에 필요한 태양광 설비 34GW과 풍력 설비 24GW의 약 2배에 이른다. 

박주헌 교수는 "현재 풍력은 연간 200MW 내외, 태양광은 연간 4GW 정도가 보급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재생에너지3020 달성을 위한 2030년의 재생에너지 목표 용량인 50GW도 넘기 어려워 보인다"며 "약 60GW의 추가 증설이 요구되는 재생에너지 30.2%는 달성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탈원전 기조 하에서 무탄소 전력 생산 계획은 태양광 위주로 갈 수밖에 없어 전기료를 2배 이상 인상해야할 뿐 아니라 발전 시설의 설치 면적 확보 및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ESS) 구축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헐적 발전원(源)인 태양광을 대규모로 확충하려면 반드시 대규모 ESS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에너지 믹스에서 태양광 비중을 50%에서 30%로, 풍력 비중을 15%에서 8%로 줄이고 원자력 비중을 10%에서 40%로 늘리면, 전력 과부족의 변동폭이 축소됨에 따라 ESS 필요 용량이 3471GWh에서 1983GWh로 감소해 ESS 설치 비용이 약 600조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향후 획기적인 전기저장장치 기술이 개발돼,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저장할 수 있게 된다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처럼 원전 비중을 대폭 낮추고 재생 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에너지 믹스가 가능해질지 모른다"며 "현재로는 원전을 최대한 안전하게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면서 탄소중립에 대처하는 길이 유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전망한 원전 비중 7%를 탈원전 정책 수립 전에 작성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한 원전 비중 28.2%로 높이고 그 차이만큼 재생 에너지 비중을 낮출 경우의 발전 비용 절감액을 추산한 결과 2050년 기준 연간 13조원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 차액은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를 적극적으로 펼칠 재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NDC달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원전의 수명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폐로가 예정돼 있는 원전을 계속 운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언급됐다. 2030년까지 폐로 예정되어 있는 원전은 10기이고 총용량은 8.45GW이르고 있다. 이 원전을 폐로하지 않고, 계속 운전할 경우, 태양광 45.1GW 혹은 풍력 29.4GW의 설비 용량을 줄일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의 추가 설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어야 2030년 NDC 달성 확률이 그나마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