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캡처

최근 동남아 반도체 공장에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 회사들은 감산(減産) 및 판매 부진 등을 겪으며 타격을 입고 있다. 이 대란(大亂)은 언제까지 지속할까. 자동차 업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이슈 보고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대응 전략〉을 통해 관련 이슈 현안과 전망을 살펴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내에서 센서, 전력 공급, 차체(車體) 제어, 스마트키, 네비게이션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 원가(原價)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나 전동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1대당 200~400개 사용)에 비해 반도체 사용량이 2~3배 많다. 자율주행차는 약 7배가 많아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해 완성차 업체는 생산을 축소했으나,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전문인 파운드리 기업은 팬데믹 시기에 수요가 증가한 컴퓨터 등 IT 기기 관련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축소했다. 여기에 자연재해로 반도체 공장 가동까지 멈추면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확산으로 공급 부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생산 차질은 약 600만~10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반도체 재고 소진’으로 자동차 생산량 감소가 본격화된 2021년 2분기부터 미국의 신차(新車) 가격이 상승, 9월 신차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7% 올랐다. 신차 공급 부족은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9월 중고차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4.4% 상승했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완성차 업체는 공급망 확보 및 대체품 적용 노력으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사용을 줄인 이른바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하고 인기 모델과 고부가가치 모델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반도체 내재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전기차에 사용하는 전력반도체와 자율주행용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부품별로 분산돼 있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통합, 차량 구조를 단순화하고 추후 문제 발생 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자동차 업계의 중단기 경영 전략 또한 변화한다. 고정 비용 절감 및 인기 차종 위주 생산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미래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 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고, 벤츠나 BMW,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 또한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다. 

나아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이종(異種) 업체 간 공동 개발 및 협력 강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벤츠와 엔비디아는 자동차 운영체제와 반도체를 공동 개발해 2024년부터 전면 탑재할 예정이며, BMW 또한 인텔과 협력해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