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비교를 통해 한국 산업의 탄소 감축 여건을 분석한 자료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9일 '국제비교를 통한 한국 산업 탄소감축 여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불리한 산업 구조 ▲짧은 감축 기간으로 높은 감축 부담 발생 ▲주요 업종의 최고 수준 효율성으로 추가 감축 여력 부족 ▲차세대 핵심 탄소 감축 기술의 수준 열위 ▲재생 에너지·그린 수소 경쟁력 부족 등 5중고에 처했다고 밝혔다.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19년 GDP(부가가치 기준) 기준으로 28.4%이며, 철강, 화학, 정유, 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업종의 GDP 비중은 8.4%이다. 이는 G5 국가의 평균 제조업 비중(14.4%)과 탄소다배출 업종 비중(4.2%)의 두 배 수준이다.
전경련은 "단기간 내 획기적 탄소 감축 기술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분야에서 탄소를 감축하려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탄소 감축에 따른 경제 위축과 일자리 감소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4년으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36년인 셈이라고 밝혔다. 반면 G5 국가 중 독일 1990년, 영국·프랑스 1991년, 미국·일본 1996년이 정점 연도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54년~60년이다. 한국은 G5국가 평균보다 약 20년 이상 짧은 기간 안에 탄소 감축을 추진해야 해 그만큼 높은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라고 전경련은 전했다.
한국의 주요 탄소다배출업종인 철강, 정유 등은 탄소 배출과 관련해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업종은 현존하는 탄소 감축 기술들이 대부분 적용돼 있어 철강 1t(톤) 생산 시 추가적 탄소 감축 여력이 일본에 이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정유 업종은 단위생산량당 탄소배출량이 세계 평균의 83.3% 수준으로 최고 수준의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경련은 "획기적 감축 기술이 개발·도입되지 않는 이상 추가적 감축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향후 산업 부문 탄소 감축은 획기적 탄소 감축 기술 개발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며 "그 결과 기존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폐자원 에너지화 기술과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이용·저장하는 기술(CCUS) 모두 세계 최고수준 대비 약 80%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술 격차도 4~5년가량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력과 그린 수소의 원활한 공급이 미래 산업 부문 탄소 감축에 핵심적인 요건이라고 했다. 주요 42개국을 대상으로 한 지리·자연 환경에 따른 재생 에너지 전력 공급 안정성 분석 결과, 한국은 좁은 국토 면적과 부족한 일사량·풍속으로 4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소 환원 제철 기술, 수소차 보급 등에 필수적인 그린 수소의 국내 생산 잠재력 역시 한국은 주요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향후 막대한 수입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경련은 전망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한국 산업은 높은 제조업 비중, 짧은 감축 기간, 최고 수준의 효율성, 차세대 탄소 감축 기술 수준 열위, 신재생에너지 역량 부족으로 주요국에 비해 탄소감축에 불리한 여건"이라며 "획기적 탄소 감축 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현실성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