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기술자립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첨단산업 중심의 수출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8일 발표한 '한·중 수교 30주년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중 무역구조가 과거 분업화를 통한 보완적 구조에서 상호 경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밝혔다.
1992년 수교 초기 64억 달러였던 한·중 무역 규모는 지난해 2415억 달러로 약 38배 증가했다.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0%에서 24.6%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수출은 27억 달러에서 1326억 달러로 49.1배, 수입은 37억 달러에서 1089억 달러로 29.4배 증가하면서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입국으로 부상했다.
양국 교역 품목은 수교 초기 단순 경공업·중화학 제품 위주에서 현재 반도체·합성수지·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중간재 중심으로 전환됐다.
중국은 2010년 세계 1위 제조 강국이 된 이후 제조업의 첨단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화학·일반기계·자동차 등 중·고위기술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수출 경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고위기술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합도지수는 2011년 0.347에서 2021년 0.390으로 0.043p 올랐다. 특히 미·중 통상 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부터는 아세안 시장에서 수출 경쟁이 크게 심화했다. 아세안 중·고위기술 산업에서 한·중 수출경합도지수는 2011년 0.369에서 0.427로 0.058p 상승했고, 같은 기간 첨단산업에서도 한·중 수출경합도가 0.440에서 0.552로 0.112p나 올랐다.
한·중 양국 교역에서 산업별 특화 정도의 경우 첨단 기술 산업 중 반도체 등을 포함한 전자·통신 분야의 무역특화지수는 2011년 0.212에서 2021년 0.273으로 올라 여전히 우리나라가 '상대적 경쟁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자·통신 제품의 수입 단가 대비 수출 단가는 2011년 1.8달러에서 2021년 10.5달러로 크게 상승하며 품질 우위 심화와 첨단 기술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었다.
보고서는 "한·중 분업 관계와 무역 구조도 고위 기술 산업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양국의 수출 경쟁이 주요국뿐 아니라 제3국 시장까지 심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도 높아 철저한 공급망 관리와 중국 정책과 생산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보희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첨단 기술 견제는 중국 산업의 기술력 향상과 중간재 자급률 제고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나라도 중국의 독자 기술 개발과 중간재 국산화에 대비해 수출 주력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이 시급하며, 기술 전문 인력 확대와 기술 안보도 함께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