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15일 공개한 〈해상 탄소 중립에 대한 국내 해사산업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해상(海上) 탄소 중립’ 이슈들과 관련 기업들의 과제 및 애로사항에 대해 분석했다.
보고서는 “해상 탄소 중립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한국 해사산업(海事産業)계에 있어 기회인 동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해상 탄소 중립 실현 목표하에 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추가적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2023년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에너지효율등급지수)와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탄소집약도) 등의 강경 조치로 저효율 노후선과 같은 온실가스 다량 배출 선박을 압박하고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EU(유럽연합)는 2023년 역내 항만 기항 선박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의무화했다. 또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집약도를 2020년 대비 75%까지 저감하는 ‘EU Fuel Maritime’ 조치를, 연료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를 포함하는 ‘well-to-wake’ 기준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이들 조치는 선박 시장에 다중의 압력으로 작용, 노후선 교체 및 무탄소 연료 개발 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선사(船社)와 조선사(造船社)들은 탄소 중립을 위한 대안을 찾고 있으나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소가 무탄소 연료로서 자리 잡고 LNG가 가교(架橋)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수소에 대한 많은 기술적 문제와 LNG의 화석연료로서의 한계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소는 영하 253℃의 초저온에서 저장 및 운송이 가능하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연료탱크의 크기가 기존 석유계 대비 7배 수준으로 확대돼야 하는 등 연료로서의 활용이 쉽지 않다. 수소 연료는 내연기관보다 연료전지의 효율이 높으나, 연료전지는 가격, 무게 및 부피, 짧은 수명에 따른 잦은 교체 등 난제들이 남아 있으며, 대형화에 따른 실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술 전문가들도 선박에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의견부터 LNG나 암모니아로부터 분리한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약 15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견해 등 엇갈린 전망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탄소 포집과 저장은 향후 온실가스 저감책으로서 일정 비중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나, 경제성과 충분한 저장 장소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이미 육상에서 저감 대책으로 활용 중인 탄소 포집과 저장은 선박에서도 신조선 및 현존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산화탄소 운반선이라는 새로운 신조선 수요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포집 비용 등에 대한 경제성과 육상 및 해상 포집 탄소에 대한 충분한 저장 장소 확보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해외 경쟁국들의 경우 (해상 탄소 중립을 위해) 국가가 주도하는 효율적 개발 체제로 대응하고 있다”며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일대일로’ 전략하에 조선업, 해운업을 통합해 국가가 통제하며 막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기자재사, 조선사, 해운사, 해사기관, 연구기관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해사클러스터를 조직하고 운영하며 통합적 전략 수립 및 지원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내 해사업계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총체적 협력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본 해사클러스터를 모델로 하는 한국형 ‘해사협력기구’ 구성이 필요하다. 협력기구를 통한 논의와 협력으로 각 대안의 불확실성 조기 해소, 미래 전략 수립, 협력 연구를 통한 효율적 연구 개발 방안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실질적으로 탄소 중립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 조선사에 대한 연구 지원 또한 필요하다”며 “기술 부문 외에 금융, 법률 및 제도, 비즈니스 모델, 안전 등 비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 투자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