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업계에 '필(必)환경' 바람이 불면서 정부와 국내 기업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발표한 '필(必)환경 ESG 시대, 패션산업 친환경 트렌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탄소업종인 패션산업에 '필환경'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필환경은 친(親)환경이 권장 사항을 넘어 필수 조건이 된 것을 의미한다.
패션산업은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에스터 섬유 제조, 재고 의류 폐기 등으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고탄소업종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탄소중립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고,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비용도 지불하겠다는 MZ세대가 등장하면서 패션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이다.
보고서는 패션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섬유(업스트림)-염색 가공(미드스트림)-완제품 제조 및 유통(다운스트림)'의 3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섬유 중심의 업스트림에서는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의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해외의 모피판매 금지법 제정, 유명 브랜드의 모피사용 중단 등으로 동물성 소재를 식물성 및 합성 소재로 대신하는 '비건 패션' 산업도 2027년까지 연평균 13.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드스트림의 염색 공정에서 전 세계 폐수의 15~20%가 발생한다. 이에 업계는 천연 염색,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 미생물 활용 염색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다운스트림에서는 친환경 패션 전문 플랫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원활한 유통·판매·재고 관리를 위해 3차원 샘플 제작, 가상 피팅룸 운영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과 중고 거래 및 구독 경제 플랫폼 기업도 나타났다.
양지원 무역협회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친환경 섬유 기술 개발, 제품 차별화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소재-제품-브랜드 3가지 요소의 조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유기적인 가치사슬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며 "정부도 재활용 섬유의 원재료인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폐기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제품 생산, 해외진출, 투자 등 업계 전반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