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스1

연말연시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전날(5일)까지 5거래일 연속 총 5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연말 배당차익거래 포지션 청산 차원의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진 뒤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이런 패턴은 2012년부터 반복되고 있는데, 배당기준일 직후부터의 순매도는 통상 10거래일 후 주춤해진 뒤 순매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만 최근 연도에는 순매수 전환 시점이 조금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은 지난 5거래일(12월29일~1월5일) 연속 총 5조3933억 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5조2794억 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연말 대주주 요건 회피를 위해 매도에 나섰던 개인이 주주명부 폐쇄 이후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359억 원을 순매수하며 사실상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매물은 기관 중에서도 금융투자(증권사)에서 나왔다. 금융투자는 5일동안 4조9353억 원을 팔아 기관 순매도의 91.5%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의 순매도는 지난해 주주명부폐쇄일(12월28일) 직후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6거래일(12월21일~28일) 연속 총 3조917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같은 금융투자의 매매 흐름은 배당차익거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차익거래는 배당이 없는 지수(주식) 선물을 팔고 배당이 있는 현물을 사서 배당 수익을 얻는 투자다. 현물을 사들여 배당을 챙기는 동시에 선물에서 매도 포지션을 잡아 주가 하락에 대한 위험회피(헷지)를 하는 것이다.

이후 배당락일을 기점으로 선물을 되사고 현물을 팔아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이다. 금융투자는 지난 5거래일간 지수선물을 2조1454억 원, 주식선물을 1조 원가량 사들였다.

이처럼 수급 측면에서 기관의 현물 포지션 청산이 이뤄지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의 상승, 국내외 국채금리 급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과 양적긴축(QT) 우려가 겹치면서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힘을 못쓰고 있다.

금융투자의 연말 현물 매수 이후 연초 현물 매도 현상은 비단 올해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강세 흐름이었던 2020년말~2021년초에도 배당락 이후 5거래일간 금융투자는 1조4975억 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배당기준일 직후의 순매도 규모는 직전까지의 순매수 규모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는데, 지난달 금융투자의 순매수 규모가 대략 6조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 원가량의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기관 수급이 안정세로 돌아서도 코스피가 '1월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이 다시금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의 긴축이 우려처럼 조기에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발표된 미국의 12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 내 가격 관련 지수들이 급락하면서 공급난 피크아웃(정점통과)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는데, 향후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과 연준 긴축의 속도조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당장 단기적으로는 힘든 구간인 만큼 위험관리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현재의 매도 수준은 과매도 성격이 짙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