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발간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 ESG 동향 및 국가의 전략적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ESG 확산 및 정책 제도화에 가장 선도적인 국가는 유럽연합(EU)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ESG 실천을 위해 이를 ‘국정 목표’에 반영했고, 일본은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ESG 전파에 나서고 있다.
보고서는 “ESG는 근본적으로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지침이나, 기업 경영전략의 개념을 넘어서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가치체계를 현실세계에 실천하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용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다”며 “ESG 문제는 오늘날 사회경제 공동체가 직면하는 현실 전반에서 점점 더 직접적인 위협요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성장 및 문제해결의 기회로서 다방면에 걸쳐 활발히 탐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현재 유럽연합(EU)이 ESG 확산 및 정책 제도화에 가장 선도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몇 년 사이 ESG 인프라인 녹색분류체계, 지속가능금융 공시, 기업지속가능 공시, 기업 공급망의 인권 및 환경 실사 의무, 탄소국경세 등 많은 제도를 선도적으로 입법화했다”며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강화, 디지털 혁신과 불평등 해소, 지역사회 발전, 교육 불평등 해소, 다양성의 확대와 평등 실현, 기업 투명성 및 기업 책임의 확대 등 ESG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국정 목표들을 입안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한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사회적 비용 추산,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차원의 기후변화 위기 대응방안 구축, 기후변화의 금융위험 측정과 평가, 그리고 이를 규제·감독하는 정책 마련, 퇴직연금 운영에서 ESG 요소를 포함한 비재무적 위험과의 연계정책 등을 추구하고 있다”며 “일본은 기업의 다양성 경영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다양성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임직원들의 건강관리를 경영전략 차원에서 강조하는 ‘건강경영’을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건강경영 우량법인 인증제도’와 거래소 건강경영 종목 선정과 같은 제도를 마련해 직원의 건강을 회사 경쟁력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차원에서 개인과 기업의 사회신용(social credit)을 평가한다. 개인신용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업 차원의 적용 방안은 고려할 만하다. 예를 들어 탈세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정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공공지원 정책 및 규제정책에서 차별적 대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의 공동부유 정책은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문제와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으나, 기업과 민간의 자발성을 억제하는 부작용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거대 플랫폼 기업 단속 등 독점 금지나 교육 형평성 확대를 위한 조처 등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ESG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ESG에 관심이 높은 주요국들의 경우 ESG 활동에 선도적인 기업이 많으며, 그 양상도 다양하다. 파타고니아와 같이 설립 초기부터 성장 과정 내내 꾸준히 ESG 활동을 추진해 온 기업들도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사회의 ESG 관심 증가에 부합해 ESG 활동 수준을 높이는 행태를 보였다”며 “유니레버와 같이 기존 사업방식에 ESG 경영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으나, 슈나이더일렉트릭, CLP그룹, 외르스테드 등 기존 사업을 폐기하고 ESG 개념에 적합한 사업을 시작하는 등 전면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 기업들도 발견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도 근래에 ESG 활동을 늘려가고 있으며, 특히 환경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편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적 상황에서 ‘기업지배구조 관련 ESG 문제’는 한국 기업에 중대한 위협 요소인 동시에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국가 정책 개입의 정당성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 현상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는 용어도 있듯 많은 정책이 부작용을 낳거나 비효율적인 것으로 판명되기도 한다”며 “결국 시장과 정부의 역할 분담은 효율성 기준에 따라야 하며, ‘시장이냐 정부냐’의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시장과 정부’의 협조 내지 공조 프레임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최근 논의되는 국제적인 ESG 이슈로는 탄소국경세와 최저법인세율 규제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 경제 규모나 기술 수준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으나, 환경 및 에너지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중간적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ESG 관련 국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동시에, 급속한 제도 변화에 따라 부담이 과중할 수 있는 일부 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단계적 이행 및 지원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