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다큐 '기초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 원소기호 H' 캡처

“수소경제는 막연한 말씀이다. ‘신재생에너지 고도화’도 디지털이나 바이오 융합기술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3일 4자 합동 토론회에서)

수소는 과연 친(親)환경적인 전도유망한 미래 에너지원(源)일까? 아니면 윤석열 후보의 말처럼 아직 상용화와 활용도가 낮은 ‘막연한 말씀’에 불과한 것인가? 

지난 3일 대선 토론에도 등장한 에너지 이슈 ‘수소경제’.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수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차, 수소·전기차 등 관련 제품도 생산되고 있다. 특히 수소가 세계적 에너지 대전환 기조인 ‘탄소 중립’을 위한 첩경(捷徑)처럼 인식되는 가운데, 현 시점에서 수소의 활용 가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수소경제란 “화석연료인 석유가 고갈돼,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의 경제”로 “수소는 태워도 생성물이 물뿐으로, 자연 순환을 교란하지 않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송·저장이 가능하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워튼스쿨 교수인 리프킨(Jeremy Rifkin)의 저서 《수소경제 The Hydrogen Economy》(2002)를 통해 알려졌다”고 한다.

우리금융연구소가 지난달 28일 발행한 〈수소경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는 부생(副生), 추출, 수전해(水電解) 3가지 방식으로 생산된다. 국내 생산량은 부생수소가 대부분(95%)이다. 부생수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철강,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중화학공업 규모가 큰 한국, 일본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수소는 기체·액체 상태에서 저장돼, 공급지에서 수요처로 운송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국내에서는 단거리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방식이 대부분이었으나, 충전소 증가로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회당 운송량을 늘릴 수 있는 ‘고압저장용기’ ‘액화수소’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수소는 주로 자동차(수소차), 선박, 기계, 연료전지 등에 사용된다. 위 보고서는 “국내 수소 관련 기업은 업체 수와 매출액 규모 측면에서 활용 부문의 비중이 큰 편”이라며 “연료전지, 수소차가 속한 활용 부문이 기업 수 기준으로 48%, 매출액 기준으로는 59%를 차지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생산과 활용은 연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인 중견·대기업 비중이, 유통은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생산’은 부생수소가 생산되는 중화학 대기업(현대제철, SK인천석유화학, 효성화학, 한화토탈 등)이, ‘활용’은 규모가 큰 완성차 업체가 속해 있다. 유통은 수요가 적은 편이라 중견·대기업 진출이 미약한 편이다.

보고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특히 ‘대형 셀’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선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수소차는 조립 단계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료전지, 고압저장용기 등 핵심 장치의 가격 경쟁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수소차의 원가를 좌우하는 연료전지(40%), 고압수소탱크(20%)의 경우, 현대차가 3세대 연료전지와 700기압 압축용기 개발에 성공했으나 생산 원가가 높아 상업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수소차 보급이 본격화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연료전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소비량은 2020년 25만 톤에서 2040년 980만 톤으로 40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유통 부문은 튜브트레일러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충전소와 고압저장용기를 중심으로 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2030년 블루·그린수소 생산 비중을 50%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총 300억 원을 투입, 10MW(메가와트)급 수전해 용량 확보를 목표로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3곳을 신규 지정할 방침이다. 금년 내 ‘그린수소 사업단’을 발족, 그린수소 생산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한 전기·수소차 누적 50만 대 달성을 위해 보조금 지원까지 확대한다.

이처럼 수소경제의 앞날은 ‘장밋빛 미래’로 펼쳐질까. 정부의 기대 그리고 산업계 전망과 달리, 비관론(悲觀論)도 제기된다. 작년 10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 2390만t을 호주 등에서 수입하려면 수소 구입 가격은 별도로 하더라도 액화‧수송‧저장에만 66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그해 8월 초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에서 2050년까지 에너지‧산업‧수송 등에 필요한 수소량이 최대 2920만 톤에 달한다고 밝히며, 이 중 2390만 톤을 호주‧중동‧러시아‧북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무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현재 1만3000원 수준인 수소 가격을 2040년까지 2500원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목표대로 수소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철강산업은 엄청난 손실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수소 가격 인하 목표에 대한 현실성이 있는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MBC 논설위원을 역임한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는 작년 9월 《시사저널》 칼럼에서 “수소는 산소나 탄소 등과 결합한 화합물 형태로만 존재한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합물로부터 수소를 분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수소 생산에는 많은 연료와 전기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오염도 발생한다. 수소 생산 기술의 태생적 한계다”라고 지적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수소차도 복잡한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수소차는 사실 연료전지를 탑재한 전기차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 데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논했다. 이어 “현재 생산·공급되는 수소의 90%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다. 추가 설비 투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있고 활용 잠재력이 크지만 역시 탄소를 과다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친환경성을 극대화하려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이른바 그린수소 공급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생산단가가 크게 뛴다는 점이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런저런 기술적 한계와 경제적인 문제로 수소경제에 비관적인 전망은 여전하다. 오죽하면 수소경제에 대한 과다한 홍보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음모에서 비롯한다는 시각까지 있을까”라며 “사실 수소는 당장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이제야 유용성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앞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미래 기술”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예측은 어렵지만 수소경제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비교적 앞서 가고 있는 편”이라며 “하지만 수소로 한국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의 지나치게 과장된 기대가 해야 할 일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수소경제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최선의 방도는 무엇일까. 《한국자원공학회지》(Vol. 57, No. 6, 2020)에 수록된 보고서 〈주요국의 수소경제 지원 정책과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일부 수소활용 분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생산·저장·운송·충전 등 수소경제 인프라 분야의 경쟁력은 취약하기에, 분야별 전문기업 육성, 지역별 확산 여건 마련, 글로벌 가치사슬 확장 등 구체적인 실천 전략 마련을 통해 수소경제의 기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즉, 수소의 생산, 운송, 활용 등 수소경제 전체 주기 측면에서 균형 잡힌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등 우리나라의 정책은 주로 활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생산, 운송 분야의 구체적 실천방안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수소경제는 아직 초기단계다. 그만큼 시장 선점이 중요한 분야이며, 각국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혁을 통해 선도적으로 수소경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첫째, 수소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공급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원과 수소 수송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수소경제 신(新)산업이 기존 제조업 일자리를 보완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지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적극적인 R&D(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다섯째, 수소경제 기술 선진국과의 협력도 주요한 (발전) 수단으로서 작용할 것이다.

보고서는 “미래 사회의 주요한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가능성은 높다. 연료전지, 수소차 개발 등을 통해 우리는 수소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한 발을 내디뎠다”며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리가 순조롭게 수소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 저장, 운송 등의 경제성, 친환경성, 안정성, 인프라 구축, 제도 정비, 수소경제 추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