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EU 제재의 제약 요인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對)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EU(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에 제약 요인이 많은 가운데 향후 유럽 내에서 '친(親)원전 기조'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EU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보다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은 러시아군의 비정상적 움직임이 감지된 2021년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강력한 대러 제재를 시사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독립을 승인하자 곧바로 제재를 적용했다. (반면) EU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확대된 2022년 2월 말에야 대응을 시작했고, 특히 EU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에너지 부문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EU의 대러 제재에 대한 주요 제약 요인으로 △높은 대러 에너지 의존도 △정치·안보 분야에서 EU의 약한 결속력 △EU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 부재를 꼽을 수 있다"며 "EU는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비우호적인 동유럽 국가들조차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아, 미국 주도 대러 에너지 제재 동참에 따르는 비용이 매우 크다. EU 회원국 간 경제통합은 매우 강력하지만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통합이 약하고, 회원국 간 입장도 상이하며 독자적인 군사력도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집권 기간(2005~21년) EU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한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사임 이후 EU 역내 리더십이 아직 약하고, 현 독일 연립정부의 구성 정당 간 대러 입장도 상이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EU가 대러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전망인 가운데, 친원전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EU의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에서 대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낮아질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EU는 이번 사태 전부터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해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러 천연가스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려 하고 있으므로 그 대안으로 원전의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EU의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에서 일부 핵심 부품의 주요 생산국이었으나, EU는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편 정치·안보 분야에서 EU의 리더십 제약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고,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 요청이 회원국 확대로 직접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