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간된 한국무역협회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 변화와 우리의 대응 과제: NEXT 20' 보고서에 따르면, 근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으로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에 IT 융합형 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고서는 "지난해 우리 수출은 총 6444억 달러로 코로나19의 부진을 빠르게 털어내고 역대 최대 실적으로 세계 7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다"며 "2021년 우리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2.1%p로 전체 경제 성장률(4.0%)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생산, 부가가치, 고용 측면에서 코로나19 이전보다 우리 경제에 더 크게 기여하면서 경기 회복세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 무역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첫째, 글로벌 공급망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구조적인 위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의 핵심 거점은 중국에서 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제3국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미·중 패권 경쟁은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공급망 단절 위기가 크게 부각되면서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과 안정성 제고가 각국의 핵심 정책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확보하고 범정부적인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등 유사시 대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둘째, 우리 수출의 질적 성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의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력 수출 산업의 국내 부가가치를 높이고,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의 외연과 경쟁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산업 공급망이 촘촘히 발달해있거나 하이테크 업종에 가까울수록, 국내로 파급되는 부가가치 효과가 높은 점을 고려해 수출 기업이 비교우위를 지키거나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을 통해 상품 수출에 부가가치를 더한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상품 수출과 동등한 수준으로 서비스 수출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등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셋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 여부가 미래 글로벌 수출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해 전통산업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지난 3월 수출 기업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지 않거나 더디게 진행 중이라는 응답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전환을 위한 R&D·인프라 구축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수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디지털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고, IT 융합형 R&D 지원을 확대하는 등 디지털 기술 활용에 초점을 맞춘 수출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넷째, 미·중 무역 분쟁이 서방 동맹 국가와 중국 간의 진영 대립으로 블록화되면서 경제 안보 측면에서 다층적 국제 통상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며 "WTO의 다자무역체제가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면서 미국, EU 등 주요국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의 양자·복수국 협정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현재 수출 상위 20개국 중 멕시코와 러시아를 제외한 18개국과 FTA를 발효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유무역을 실현한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올해 4월에 가입을 신청한 CPTPP 논의가 곧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협상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해 실익에 부합하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논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디지털·노동·인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통상 규범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환경 보호 의무 조항이 크게 강화되고 있으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조치 등 타국에 환경 부담 비용을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도 곧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IT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주도로 디지털 통상 규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동·인권 의무 조항을 강화하면서 신흥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역시 기체결 협정에서 환경·노동 등 통상 마찰로 쟁점화될 수 있는 분쟁 소지를 면밀히 점검하되, 수출 기업들의 현실과 산업 특성을 감안해 감내할 수 있는 속도로 제도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