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 이후 6년 만에 등장한 챗GPT. AI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디지털 기술로, 전 세계에 큰 충격과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16개 경제 관련 부처가 만드는 경제정책 정보지 ‘나라경제’는 4월호에서 ‘초거대AI DIVE’라는 제목의 인공지능 특집 기사를 꾸몄다. ‘우리에게 찾아온 유용한 도구 초거대 인공지능’ ‘인간의 지능을 닮은 인공지능’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을 받아들 준비가 돼 있는가’ 등에 대해 관련 글을 실었다.
송선진 교육부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은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 시대를 연다’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해당 글에서 “많은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대화하며 시와 소설을 쓰고 더 나아가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석까지 하는 초거대AI를 경험하며 놀라움을 느끼는 한편,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초거대AI 시대에 맞게 교육 내용과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어진 문제를 잘 풀고 답을 제시하는 것은 AI가 더욱 잘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이제는 개념 중심의 지식에 더해 창의성과 인성, 융합역량, 비판적 사고, 컴퓨팅 사고 등 새로운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 즉 ‘자신만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 바로 새로운 교수·학습 방식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하이터치(High-Touch) 하이테크(High-Tech)’이라고 송 담당관은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모든 교사가 에듀테크를 활용해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디지털 시대의 교육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지난 2월 23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또 올 6월 ‘에듀테크 진흥방안’ 발표를 준비하는 등 초거대AI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송 담당관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의 주요 내용을 전했다.
첫째, 2025년부터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해당 교과의 효과적인 학습을 도울 수 있도록 교과 특성에 맞는 AI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다. ‘AI 보조교사’ 기능이 추가된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사전에 진단하고 수준별 교육 콘텐츠를 지원해 교사에게 학습데이터를 제공한다. 또 데이터의 활용과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해 AI 디지털교과서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 담당관은 “향후 교육 분야에서 클라우드 활용이 확산되면 K클라우드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둘째,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은 교실 수업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학교 현장을 이끌어가는 교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디지털 교육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선도교사단(T.O.U.C.H; Teachers who Upgrade Class with High-tech)을 구성한다. 민간 전문가 등과 연계한 방학 중 집중 연수(부트캠프)를 통해 선도교사단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전체 교사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아울러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과목의 교원 역량 강화 및 학교관리자의 디지털 교육 전환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필요한 상황인데 이에 선도교사단의 동료 연수와 민간 기업 연수과정 연계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다각적으로 역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교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쉽게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수·학습 모델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셋째, AI 디지털교과서를 구동하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정비 관련 사항이다. ‘AI 디지털교과서’라는 전례 없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보다 꼼꼼한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도 교육청과 함께 디지털 기기 보급 현황을 조사하고 기존에 보급된 기기라도 기능과 사양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지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학교 무선망 또한 학습데이터 전송, 수집, 분석 등이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 전문기관과 함께 세심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송 담당관은 “성공적인 디지털 교육 전환을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에듀테크”라고 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총칭한다. 에듀테크는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개인 맞춤 교육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미래 교수·학습의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미 글로벌 선도국가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듀테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송 담당관은 “글로벌 에듀테크시장 규모는 2019년 1830억 달러에서 2025년 4040억 달러에 이르기까지 연평균 16.3%씩 성장할 전망”이라며 “미국 등 선도국가를 중심으로 30개 이상의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이 등장했고 구글, MS와 같은 빅테크도 본격적으로 교육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에듀테크는 개인 학습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학교 현장의 에듀테크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고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보다 선도적인 교사 그룹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에듀테크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에듀테크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송 담당관에 따르면, AI가 이끌어가는 디지털 시대에 교육부는 올해를 디지털 교육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디지털 교육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글로벌 에듀테크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도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는 “교육 분야에서 초거대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일부 우려도 있는 만큼 생산적인 활용 방안과 함께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 나갈 것”이라며 “교육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교육 현장의 주체, 학계 및 전문가, 관련 산업계, 관계부처 등 다양한 구성원의 노력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각 구성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