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는 한 편의 역전 드라마와 같았다. 개표 직전까지 초박빙 대결을 벌이는 등, 긴장감 넘치는 승부의 일대기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의 ‘유일한 대통령’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서울대 법대 졸업은 물론 검찰 출신도 없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이나 변호사 신분이었다. 윤 당선인은 또 민주화 이후 최초의 0선(選) 대통령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는, 다시 말해 ‘의회 정치’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이다.
국민은 그런 참신하고 기세 좋은 정치 신인을 ‘개혁통합정부의 수반’으로 낙점했다. 경쟁자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 역시 ‘0선’이라지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지방 행정가’ 출신으로 윤 당선인과 궤가 다르다. 윤 당선인은 한국 정치사에서 그야말로 ‘새 인물’이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은 작년 이맘때까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다 일약 법복(法服)을 벗고, 대선 기간 제1야당으로 입당(入黨)한 ‘특별한 이력’을 지닌 정치인이다. 그것도 당내 굵직굵직한 기성 잠룡(潛龍)들을 꺾고 단숨에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저력’을 보였다. 자신의 권력의지도 강했겠지만, 그보다 더 크고 무거운 ‘민심의 열렬한 지지’ 덕분에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돼 서울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지만, 범죄를 수사하고 법리를 적용하는 검사로서 ‘직분에 충실한 대가’는 씁쓸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과 정권 차원의 각종 실정(失政)들을 겨냥해 수사를 펼치자, “우리 총장님”이라던 정권의 표정은 돌변했고 법무부를 통한 찍어내기식 압력은 가열(苛烈)했다. 세간에서는 ‘정치인 윤석열’의 맷집과 배짱을 키운 것은 결국 ‘현 정권의 무리한 압박과 가혹한 탄압’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이 키우고 불러낸 윤석열’이라는 대선 슬로건답게, 대통령 윤석열의 당선은 정권을 넘어서 ‘시대 교체’를 염원하는 전국민적(全國民的) 여망이 탄생시킨 새로운 정치 현상이다. 현 정권의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이자, 지긋지긋한 역병과 경제난을 종식해달라는 애끓는 민심의 목소리다. 윤 당선인이 어떻게 전방위적 국정 개혁에 나설 것인지, 절반에 가까운 ‘이재명 지지 민심’을 어떻게 아우를 것인지에 따라 ‘본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갈릴 것이다.
보복은 안 되겠지만 정상화는 해야 한다. 옛정을 생각해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는 게 통합이 아니다. 구시대(舊時代)의 유물적 국정 방향과 어긋난 대외 기조를 그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적 불안과 분노를 초래한 정책은 시급히 고쳐야 한다. 행정은 바르게, 외교는 굳건히, 경제는 튼튼히, 복지는 세심히 추진해야 한다. 편향적 이념에 경도돼 비틀린 나라 살림을 바로 세우고, 숨은 비리가 있다면 색출·단죄해야 한다. 유약한 권력은 민심도 쉽게 잃는다.